오랜만의 하양이 텔레입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저는 텔레캐스터를 좋아합니다. 진짜입니다.
지난 글인 텔레 개조기 (1)편에서는 잭 소켓을 날개형 잭 플레이트로, 브릿지 새들을 고또 In-Tune 황동 새들로, 스트랩핀을 쉘러 스트랩락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어지는 텔레 개조기 (2)편에서는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을 고또 락킹 헤드머신으로 교체했었고요.
(1)편에서부터 3새들 브릿지 교체하고 싶은데 텔레캐스터 특유의 3새들 브릿지를 사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새들만 교체했다는 언급과, 4단 픽업 설렉터에 관한 불만을 이야기했었죠. 텔래캐스터 3새들 브릿지는 일종의 오리지널리티, 4단 스위치는 일펜 하이브리드만의 뭔지 모를 컨셉트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길게 사용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텨봤습니다. 대략 반년 이상을 그대로 사용했죠.
그리고 결론은... 적어도 저는 3새들 브릿지를 도저히 못 쓰겠다는 것과, 4단 픽업 설렉터를 하이브리드 텔레캐스터에 장착한 이유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공장에 남아도는 처치곤란 부품을 처리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브릿지와 픽업 설렉터를 교체했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신뢰의 고또 브릿지입니다. 펜더에서 생산되는 텔레캐스터용 6새들 브릿지가 있긴 했는데, 일펜 장착 부품과도 호환이 가능했으나 설명에 '멕시코 펜더용'으로 되어있어서 뭔가 피하게 되더군요. 국내에서 구하기가 힘든 것 같아 해외 직구로 주문했는데... '코스모 블랙 색상으로 교체한 헤드머신하고 맞출까?' 생각도 했었지만 프론트 픽업·컨트롤 플레이트와의 조화도 고려해서 크롬 색상으로 주문했었는데, 대략 만 원 더 비싼 코스모 블랙 색상 브릿지가 잘못 도착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냥 쓰는 걸로 결정. 원래 더 비싼 옵션이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깔맞춤이 되어서 결과적으론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픽업 설렉터는 주변에 알아봤더니 그냥 아무거나 써도 별 상관없다는 의견이 많아서,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 마침 재고가 남아있던 오크 스위치를 구매했습니다.
일대일로 호환되는 브릿지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대공사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반년 전부터 몇 번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제 손으로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계절 변화도 겪으면서 한 번 셋업을 받을 필요성을 느꼈기에... 이번에는 리페어 샵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는 뭐, 말할 것도 없이 잘 되었습니다. 우선 3새들 브릿지가 6새들로 교체되면서 사운드 변화가 분명 생기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서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제 의견을 적어보자면) 기타의 개성이 변했다고 할 만한 극적인 변화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워들은 게 맞다면 일펜 순정 부품이 고또 생산이기도 하고, 새들 재질도 똑같이 브라스라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나 나름대로 생각합니다.
브릿지 교체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코드 잡을 때 피치입니다. 기존 3새들 브릿지는 아무리 열심히 세팅을 해도 코드를 잡고 긁으면 뭔가 미묘~ 하게... 기분이 나쁜... 그... 텔레캐스터 써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음... 튜닝이 나갔나 하고 점검해보면 여섯 줄 다 초록 불 들어오고... 옥타브 피치가 나갔나 하고 점검해보면 피치는 맞고... 근데 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6새들로 교체하고 나니 그 '미묘~'한 느낌이 싹 없어졌습니다. 뭐... 그 '미묘~'한 느낌이 텔레캐스터의 개성이라고 생각해서 펜더 울트라도 안 쓰신다는 분들도 있는 마당에 이건 용납할 수 없는 변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앞으로 3새들은 절대 안 쓸 것 같습니다.
아 참고로 텔레캐스터 특유의 철판 떠는 쇳소리는 그대로입니다. 테스트 겸해서 녹음한 거 가지고 믹싱을 해 봤는데 쇳소리 없애려고 노치 EQ 8개 걸었습니다. 이쯤 되면 노치의 의미가 있나... 이 특유의 쇳소리 때문에 텔레캐스터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을 테니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3단 픽업 설렉터로 교체하고 나니 안정적으로 딱 가운데 오는 스위치가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뭐... 이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만. 기존의 넥-브릿지 직렬 하프톤의 경우, '임피던스가 두 픽업의 합이 되어 출력이 강해져 텔레캐스터 특유의 부족한 힘을 보강해 마치 험버커 픽업처럼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제 막귀에는 싱글 픽업의 잡음과 저출력 험버커 픽업의 멍청함(?)을 조합해놓은 듯한 소리로 들렸습니다. 반년에 걸쳐 도저히 사용할 만한 순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라이브 중 픽업 설렉터를 탁 하고 치면 프론트-리어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맨 위가 프론트가 아닌 직렬 하프톤이라 혼란만 더 가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텔레캐스터는 90% 하프톤만 사용하기는 하지만, 4단 설렉터가 갖고 있는 확장성은 오히려 계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3단으로 다시 교체하는 건 일종의 다운 그레이드이기 때문에 긴 시간 망설였습니다만... 네, 확실히 3단이 훨씬 활용하기 편합니다. 차라리 탐 앤더슨 류의 토글스위치 왕창 달아서 병렬-직렬 전환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오히려 계속 사용했을 것도 같아요.
이로서 제 하양이 텔레캐스터는 헤드머신, 스트랩핀, 스위치, 브릿지, 잭플레이트가 교체된... 음 이미 오리지널리티는 물 건너간 기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목재 퀄리티, 피니시, 프렛 마감 등등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좋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부품인 픽업이 미펜 58 텔레캐스터 픽업이라 이 부분은 아주 만족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일펜 하이브리드 모델은 생산이 중단되었고, 약간의 스펙 변화가 있는 하이브리드 Ⅱ 모델이 나오긴 했지만, 비단 일펜 하이브리드가 아니더라도 빈티지한 스펙의 텔레캐스터를 좀 편하고 쓸만하게 개조해보고 싶으시다면 제 글이 부족하나마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텔레캐스터 개조기는 제발 이쯤에서 마치고, 다음에는 좀 더 도움이 되는 사용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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