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구매한지는 꽤 되었고, 사실 많은 사진과 함께 긴 글을 준비했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게형 카포 사용법을 굳이 사진과 함께 포스팅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간단한 포스팅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상품 상세 설명이나 유튜브 등등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탈리아 카포는 기본 10만 원이 넘어갑니다. 카포 정도야 기타 사면 패키지로 끼워주는 별 거 아닌 장비인데 이걸 굳이 10만 원이나 주고 사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드신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집게형) 카포와 비교해서 탈리아 카포의 장점을 설명하기 전에, 탈리아 카포의 가격 형성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은 특유의 디자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서는 '탈리아 카포'가 '기타 줄'이나 '피크'와 같은 하나의 독립된 코너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 들어가서 보시면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포인트가 특이한 목재나 자개, 보석 등이 들어가는 점일 것입니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화려한 색의 자개나 보석을 보면, 특정 기타에 매칭을 시켜도 다른 기타랑은 안 어울리지 않을까 (예를 들어 파란 기타와 잘 어울리는 탈리아 카포가 빨간 기타와도 잘 어울릴까요?) 하는 생각이 들고요. 너무 화려해서 금방 질릴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탈리아 카포를 구매하면서도 가장 눈에 안 띄는 블랙 크롬 색상에 염색 에보니 옵션을 골랐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에보니를 좋아하다 보니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만, 이건 오히려 비싼 탈리아 카포를 구매하면서 '굳이?'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탈리아 카포의 특장점은, 우선 기타 지판의 곡률에 섬세하게 대응되는 프렛 패드를 교체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7.25인치, 9.5인치, 10인치, 12인치, 15인치, 16인치, C(클래식 기타용) 이렇게 7가지 옵션의 프렛 패드가 스탠다드와 하이텐션 두 가지 옵션으로 제공됩니다.
카포와 프렛 곡률이 일치하지 않으면, 현이 균일하지 않게 눌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강하게 눌린 부분은 피치가 올라가고, 약하게 눌린 부분은 줄이 제대로 눌리지 않아 버징처럼 지이잉- 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게 섬세한 작업을 하다 보면 의외로 스트레스 요인이죠. '현이 균일하게 눌리도록 특허받은 설계가 되어있다'라고 광고하는 G7th Performance 3 Capo(관련 포스트 링크)의 경우도 이런 현상이 미묘하게 있는데, 탈리아 카포는 괜찮더군요. (물론 G7th 카포도 출처를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집에 있었던 막카포와 비교하면 훨씬 성능이 우수합니다.)
그리고 스탠다드와 하이텐션, 두 가지 옵션의 프렛 패드가 기본 제공됩니다. 그래서 총 14개의 고무 재질 프렛 패드를 기본 구성으로 받을 수 있죠. 위 사진에서 맨 위 프렛 패드가 가운데 프렛 패드에 비해 고무 두께가 두꺼운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위가 하이텐션 중간이 스탠다드입니다. 얇은 넥 악기의 경우 스탠다드 텐션 프렛 패드로 잘 안 집힐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 하이텐션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손이 큰 편이라 얇은 넥 기타를 피하고 있다 보니 기본 제공받은 프렛 패드 중 7개는 쓸모가 없군요.
여기에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특장점, 테플론 프렛 패드를 따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카포를 집고 지판을 상하로 누르는 연주만 하다 보면 해당사항이 없지만, 벤딩이나 비브라토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연주를 하면, 줄이 카포에 눌려 원위치로 되돌아오지 않는, 그래서 피치가 나가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할 때는 카포를 사용할 일이 없다'라고 하는 연주자도 있더군요. 딱딱하고 미끄러운 재질의 테플론 프렛 패드를 사용하면 이런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테플론 프렛 패드' 하나만으로 탈리아 카포를 구매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테플론 프렛 패드가 기본 제공이 아니고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걸립니다. 기본 탈리아 카포 가격에 테플론 프렛 패드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도 기타 줄 두 세트 정도 하니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쌉니다.
그리고 부분 카포가 있어서 몇 개 현을 개방현으로 두고 몇 개 현만 카포로 집는, 가끔 생각나기는 하는데 실제로 할 일은 별로 없는 연주도 가능합니다. 물론 부분 카포도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탈리아 카포의 특징이자 장점들이고, 이제 제가 사용해보면서 느낀 단점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쌉니다. 테플론 프렛 패드는 분명 유용하고 다른 카포에는 없는 기능입니다만, 역시 추가로 돈이 들어가는 옵션입니다. 고무 프렛 패드만 사용할 거라면 굳이 탈리아 카포까지는 필요 없고, 시중의 고급 카포(예를 들어 G7th)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테플론 프렛 패드도 10만 원의 가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프렛 패드를 이용해 지판 곡률에 정확히 맞는 카포를 장착한다는 것은 분명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만, 확실히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기타 전용 빤빤한 프렛 패드와 7.25인치, 16인치 같은 옵션은 안 쓰는 사람은 절대 안 쓸 것 같은데 강제로 사야 합니다. 20인치 곡률은 그렇다 치고 14인치 곡률이 기본 구성에 포함이 안 되는데, 일렉트릭 기타에서 14인치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에 역시 추가 지출이 들어갑니다. (저도 14인치 곡률의 기타를 한 대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곡률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컴파운드 곡률이나 애매모호한 곡률의 기타를 가지고 있을 경우 탈리아 카포의 훌륭한 아이디어가 적용이 안 됩니다. 특히 딱딱하고 매끄러운 테플론 프렛 패드를 사용할 경우 더욱 그렇고요. (고무 프렛 패드는 어느 정도 곡률이 안 맞아도 괜찮지만, 테플론 프렛 패드를 사용한다면 두 곡률이 정확하게 일치해야 줄이 덜 눌려서 발생하는 버징이 없더군요.) 제가 갖고 있는 기타 중 일펜 하이브리드 텔레캐스터의 지판 곡률이 250㎜인데, 이는 9.84252인치라 9.5인치 프렛 패드도 10인치 프렛 패드도 정확하게 맞지 않습니다. 텔레캐스터로 벤딩 비브라토 많이 들어가는 솔로 할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테플론 프렛 패드를 잘 활용할 수 없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저는 컴파운트 곡률 기타를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지만, 아마 여기에 탈리아 카포를 사용하려고 하면 같은 문제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약하자면, 기본 가격도 비싸고, 여러 유용한 옵션을 사용하기 위해서 추가 지출이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판 곡률에 각각 대응되는 프렛 패드를 스탠다드·하이텐션의 두 가지 두께, 고무·테플론의 두 가지 재질, 그리고 부분 카포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만, 해당하는 지판 곡률이 아닌 기타를 사용한다면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집게형 카포는 집게를 누르면 반대쪽이 열리는 1종 지렛대의 원리가 적용되어 힘이 절약되고 장착이 쉽습니다만, 탈리아 카포는 열린 부분을 눌러 장착해야 하는 3종 지레입니다. 장착할 때 힘도 많이 들고 별로 인체 공학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금속 부분이 아주 반짝반짝한 유광이라 지문이 잘 묻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손이 많이 닿을 수밖에 없는 카포가 이런 재질인 건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간략하게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글 쓰다 보니 꽤 길어졌군요. 저는 집게형 막카포와 G7th 카포를 사용하면서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어서 탈리아 카포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탈리아 카포가 마음에 들면 G7th 카포는 중고로 팔던가 하는 것도 고려했었는데, 장착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G7th 카포가 너무 큰 장점이 있어서 그냥 둘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카포 용도로 사용한다면, 솔직히 막카포로도 아쉬운 대로 쓸 만하고요. 개인적으로 테플론 프렛 패드는 '벤딩이나 비브라토가 들어가는 솔로를 해야 하는데 카포를 집어야 한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인 카포 용도로 사용할 생각으로 탈리아 카포를 구매하기에 딱히 가격에 상응하는 비교 우위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이니 가볍게 참고만 하시고, 현명한 소비와 즐거운 음악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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