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텔레캐스터를 좋아합니다. 진짜입니다.
음... 빈티지한 톤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빈티지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연주감은 모던하고 소리는 빈티지한 장비를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필요에 의해 애쉬바디 메이플넥 50년대 스타일 텔레캐스터를 구입할 때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그러고 나서 하루에 세 번씩 '이게 기타냐'를 외쳤던 것 같습니다.
일단 제일 문제였던 건 그냥 낑겨(?)있는 구조라 막 빠져나오는 잭 소켓이었습니다. 일단 무지 짜증스럽기도 하고 안전 문제랑도 연관이 있어서 바로 날개형 잭 플레이트로 교체했습니다.
네, 뭐 보시다시피 나사 2개 박아버렸습니다. 교체하고 나니 대략 500배 정도 안정적인 느낌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너무도 짜증 났던, '홈도 안 파져 있는' 섀들... 일단 개인적으로 저 두 개씩 묶여있는 3섀들 브릿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자 나사... 텔레캐스터 피치는 포기하고 쓴다는 심정이었지만, 아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공구함 열고 일자 드라이버를 찾아서... (심한 말) 안 해! (심한 말)
뭐, 피치는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 칠 문제가 아니긴 합니다만) 보시다시피 섀들이 매끈한 원통형 구조라 줄이 그냥 좌우로 막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러면 음정과 피치가 막 변하겠죠? 그러다가 나사 구멍에 줄이 걸리면 형언할 수 없는 쇳소리가 납니다. 화가 나서 한 음 반 밴딩 하면 핑- 소리가 나며 걸린 줄이 풀립니다. (내 이성도 같이 풀립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 곽 모양 브릿지도 그냥 모서리 없는 철판으로 바꾸고, 섀들도 6섀들로 바꾸고 싶었습니다만... 그래 그놈의 50년대 텔레 좀 써 보자... 하면서 고또 텔레캐스터 브라스 섀들을 구입했습니다. 홈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파져 있고 육각렌치로 세부 피치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 나사와 육각렌치 (편-안). 섀들을 교체하고, 옥타브 튜닝에서 여섯 줄 모두 파란 불 들어오는 거 보니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다음은 별 거 아니고 쉘러 S-Lock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순전히 취향의 문제이긴 한데, 스트랩을 자주 탈착 하는 저는 사용하는 모든 기타에 쉘러 스트랩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편하거든요.
이 정도만 교체해도 편의성이 많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일펜 하이브리드 텔레캐스터를 한 달 정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공장에 가장 재고가 많이 남은 부품들만 모아가지고 빈틈없이 조립해서 만든 악기 같다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은 솔직히 그 자체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형용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락킹 헤드머신을 쓰는가?' (혹은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티지 헤드머신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 해보고 만든 장비라는 느낌이랄까요. 솔직히 갈아버리고 싶은데, 이걸 그냥 빈티지 헤드머신으로 교체하면 다운그레이드고, 아예 락킹 헤드머신으로 교체하자니 재가공도 필요할 것 같고, 무엇보다 50년대 텔레 톤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일단 보류했습니다. 사족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편리했던 헤드머신은 위에서 조이는 타입의 PRS 헤드머신이었습니다. 뒤에서 조이는 쉘러 타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way 픽업 설렉터는... 브릿지 - 패러렐 - 넥 - 시리즈의 구조인데... 왜 이걸 채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빈티지 컨셉으로 보면 일단 심각하게 궤도 이탈인데, 저한테 설계해보라고 하면 이왕 궤도 이탈할 거 푸시-풀 톤 노브나 미니 토글을 달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주 중 설렉터를 때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편인데, 맨 위가 프론트 단독이 아닌 두 픽업 직렬연결(출력이 2배 세지고 잡음도 심합...)인건 쉽게 적응이 안 됩니다. 2단 혹은 3단에서 얼핏 봤을 때 프론트인지 하프톤(패러렐)인지 직관적으로 안 보이기도 하고요. 설렉터를 3 way로 교체할까 싶기도 합니다. 시리즈 톤의 활용도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하... 그래도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조금의 나사 유격도 허용하지 않는 것 같은 완벽한 만듦새는 분명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펜 픽업도 아주 좋고요. (솔직히 기타는 픽업이 전부죠) 2010년대 중반부터 물푸레나무 잎마름병이 유행하고 있어 유럽 물푸레나무가 멸종위기이기 때문에, 애쉬 바디 기타를 원하신다면 지금 쟁여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하이브리드 컨셉의 일환인지 락킹 헤드머신에 4 way 픽업 설렉터 달아서 사람 화나게 할 거면, 왜 피치 절대 안 맞는 브릿지는 그대로 채택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되네요.
그리고... 솔직히 할 말 많은데 그냥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무튼, 텔레캐스터만큼 '하 이것만 고치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싶은, 개조 욕구를 자극하는 악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마개조를 해 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면서 적응을 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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