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예전에 쓴 글에서 보셨을 펜더 블루스 주니어 Ⅳ 2019 FSR "L.A. Vice" Limited입니다. 전 세계 100대 한정판으로 발매되었으며,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적 없고 작년에 구매대행으로 구매했습니다.
블루스 주니어는, 펜더의 15와트 풀 진공관 Class A 콤보 앰프입니다. 워낙 잘 알려진 앰프라 제가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있기도 부끄럽네요. 펜더 앰프 하면 (솔직히 다 유명하긴 하지만) 트윈 리버브가 가장 유명한데, 정말 아름다운 클린톤과 독보적인 스프링 리버브 사운드로 유명합니다만, 출력이 워낙 세고 (85W)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보니 가정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렵...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가정용(?)으로 사용할 만한 펜더의 진공관 앰프를 찾다 보면 여기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15와트 출력에, 12인치 스피커 1방짜리 콤보 앰프입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입력 신호를 무식하게 높여서 소리를 찌그러뜨리는 방식의 Class A 앰프라 드라이브 채널이 따로 없고 볼륨을 올려서 오버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이거 아파트에서 가능한 걸까?
솔직히 이 앰프는 구글링 해봤다가 너무 예뻐서 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사야 하는 명분(?)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개인적으로 다크한 Class A 앰프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펜더... 배드캣...), 해외 포럼에서 보니 'Bed Room Level'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들 하길래, 베드룸 레벨이래잖아! 하고 사 버렸습니다(...)
그리고 7개월 정도 아파트에서 사용한 후기입니다.
① 정말 Bed Room Level인가요?
마스터를 왕창 줄이면 Bed Room Level입니다(...) 물론 진공관 앰프가 같은 출력의 트랜지스터 앰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음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진공관 앰프(특히나 블루스 주니어와 같은 Class A 앰프)의 진가인 크랭크 업 된 사운드를 들으려면 소리를 왕창 올려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만, 직접 변압기 꽂아서 사용하니... 무시무시한 사운드가 납니다. 저는 방음이 잘 안 되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윗집·아랫집·옆집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스터를 아주 섬세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② 앰프 자체 게인 걸 수 있나요?
분명 앰프 제대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그건 블루스 주니어의 진정한 소리가 아냐!'라고 화내시겠지만, 아파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볼륨에서도 게인 충분히 걸 수 있습니다. 볼륨 빡세게 올리고 마스터를 초-미세하게 조절하시면 됩니다. 뭐... 분명 빡센 메탈 게인 같은 건 절대 걸 수 없지만, 아주 따스한 크런치 톤이 나옵니다. 제 앰프는 FSR 한정판이라, Eminence의 Cannabis Rex라는 스피커가 기본 장착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톤이 더 다크하고 따스한 것 같습니다.
③ 소리는 좋나요?
너무 좋습니다. 저는 블루스 주니어 테스트해본 직후, 갖고 있던 똘똘이 앰프들하고 헤드폰 앰프 다 처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앰프에 기타 직결한 후, 볼륨을 12시 위쪽으로 세게 올리고 마스터 적당히 조절한 다음, 앰프 자체 스프링 리버브 건 소리입니다. 90년대 브릿팝 사운드와 이쪽 영향을 받은 모던록 사운드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런 방면으로는 최고의 소리를 내주는 것 같습니다.
④ 어떻게 활용하나요?
개인적으로는, 페달 이펙터들을 직결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앰프의 설계가 워낙 단순해서 send-return 단자는커녕 멀티 인풋도 없어서 활용하기가 난감하긴 한데, 몇 개월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볼륨을 12시 정도에 둔 클린이라기에는 크런치고 크런치라기에는 클린인 톤을 기본으로 잡고, 거기에 페달 이펙터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정착했습니다.
⑤ 아쉬웠던 점은 있나요?
설계가 워낙 단순한 앰프입니다. 독립된 게인 채널도 없고, send-return 단자도 없고, 스탠바이도 없습니다. 오직 인풋 하나와 온오프 토글스위치 하나 달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구석 환경에서 다재다능하게 활용할 장비가 필요하다 하시면 절대적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풋 스위치가 하나 딸려오긴 하는데, FAT 미드 부스트입니다. 테스트할 때 한 번 활용해보고 너무 부담스러워서 봉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들 잡아 올린 사운드를 아주 좋아하는데도 말이죠. 물론 이 앰프를 100%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열심히 연구해보면 기가 막힌 사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적어도 "Korean Bed Room Level"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FSR이 Factory Special Run의 약자로 알고 있었는데, Fender Special Run으로도 통용되더군요. 뭐... 그냥 Special Run인걸로 하죠. 뭐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게 하듯이 자그마한 마이너 업데이트가 적용되고 색을 바꾼 다음 비싸게 팔아먹습니다.
위에 언급한 Bed Room Level 운운하는 리뷰들에서, 펜더 FSR 앰프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 일반 라인에는 적용되지 않는 스피커가 적용되고, 여기에 독특한 색상의 톨렉스와 그릴이 적용된다.
- 하지만 그걸로 200달러 넘게 더 받아먹는다.
- 만약 당신이 한정판 라인의 스피커 소리를 추구한다면, 그냥 일반 앰프를 사서 스피커를 교체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사진을 보십시오. 민트-핑크 조합! 저걸 어떻게 안 삽니까! 물론 그냥 앰프 사서 톨렉스를 뜯어내고 저 색상으로 모디하는 방법도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어지간한 재주와 용기가 없다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펜더 FSR에는 본사가 인증하는 명찰(?)도 붙어 나오고요.
솔직히 블루스 주니어를 엄청나게 사용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진짜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의 최애 앰프는 원래 펜더 트윈 리버브였다가 어쩌다 한 번 사용해 본 게 전부인 배드캣으로 바뀐 지 2년 됐습니다) 앰프가 너무 예뻐서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Eminence 스피커 성향이 어떤지 그런 거 고려하지 않고 일단 지르고 봤는데, 소리가 너무너무 좋아서 이젠 이 앰프 없이는 못 살 것 같습니다.
배송 중에는, '일단 220V로 모디하고... 스탠바이나 send-return 단자도 달 수 있으려나?' 이런 고민도 했었는데, 변압 트랜스에 물려서 테스트 한 번 해보고 그냥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소리가 너무 좋은데, 저런 개조를 하면 소리가 변한다고 해서요. 아마 앞으로도 특별한 개조도 하지 않고 감쇠기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아파트에서 개조 없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음악 하기 여러모로 힘든데, 이 앰프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마구마구 사용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제대로 된 글을 안 쓴 세월이 너무 긴 것 같아서, 뮬 사용기에도 쓴 글이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사용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여러 가지 콘텐츠와 함께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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