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텔레캐스터를 좋아합니다. 진짜입니다.
예전에 쓴 글의 말미에서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을 갈아버리고 싶지만, 일단 보류했다는 언급을 했었습니다. 대충 한 달 하고도 며칠 더 버텼습니다만, 결국은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펜에 원래 들어가는 부품이 고또에서 생산되는데 (아닐 수도 있음!), 그렇다보니 고또 헤드머신으로 교체하는 게 그렇게까지 큰 업그레이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순정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은 너무 계륵 같았습니다. 락킹 헤드머신은 스트링 교체의 편의성에서 큰 장점을 갖습니다만, 무게가 늘어나는 데다가 줄을 잡아버려서 서스테인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빈티지 헤드머신에 대한 선호가 있습니다. (빈티지 펜더나 깁슨 쪽에서) 그런 의미에서 일펜 하이브리드 순정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은 스트링 교체도 불편하고, 서스테인은... 뭐 일반적인 쉘러나 스퍼젤 락킹 튜너보다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스트링 교체 편의성도 없으면 그냥 빈티지 헤드머신 다는 게 장점 하나 확실히 챙기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깁슨 레스폴도 아니고 텔레캐스터에 보통 서스테인을 기대하질 않는데요.
이 빈티지 락킹 헤드머신(빈티지 + 락킹이라니 따뜻한 +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니고)은, 위에서 보이는 일자 나사 홈 같은 곳에 동전 같은 것을 끼워서 락킹을 조이거나 푸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PRS 락킹 헤드머신처럼 나사 같은 구조물이 스트링 구멍을 막는 구조가 아니고 그냥 통짜 구조라 스트링을 교체할 때 줄이 꼬이지 않도록 곡예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저거 맨손으로는 조절이 아주 어렵습니다. 일자 드라이버나 하다못해 동전이라도 있어야 스트링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뒷면은 전형적인 빈티지 헤드머신처럼 생겼네요.
일단 저 펜더 빈티지 헤드머신에 호환되는 부품 자체가 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빈티지로 교체하기에는 다운 그레이드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모던한 헤드머신으로 교체하자니 헤드를 재가공해야 하는데 홀 넓히고 나사 구멍 메꾸고 새로 뚫고...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Gotoh SD91-MG-T 헤드머신입니다. 빈티지 헤드머신 규격과 똑같은데 (SD90은 깁슨형 3:3, SD91은 펜더형 6 in line 구조입니다) 쉘러나 스퍼젤 락킹 헤드머신처럼 뒤에 버튼이 달려있어 락킹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다들 아시겠지만, 락킹 튜너는 위의 그림처럼 저 버튼을 돌려서 락킹을 걸거나 풀게 되어 있습니다.
박스에 들어있는 부품을 다 꺼내보면 위와 같습니다. 왼쪽부터 커다란 부싱, 헤드머신, 봉투에 들어 있는 이름 모를 막대기(...), 작은 부싱, 나사 7개입니다.
잘 보면 오른쪽 헤드머신에는 연두색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쪽이 길이가 살짝 짧습니다. 짧은 거 3개가 1, 2, 3번 줄 용이고, 긴 거 3개가 4, 5, 6번 줄 용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길이 차이가 더욱 확실히 보이는군요.
자 그럼 헤드머신을 교체해보겠습니다. 우선 기존에 장착된 헤드머신을 탈거합니다. 나사를 풀면 됩니다.
1번 줄 헤드머신에 똑같은 연두색 스티커가 붙어있군요.
헤드머신을 다 분해하고 나면, 이제 앞쪽에 헤드머신을 고정하는 부싱이 박혀있는데, 그걸 분해해줘야 합니다. 근데 모던한 헤드머신은 육각 너트 같은 걸로 앞에서 고정했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얘는 그렇지가 않더군요. 사실 지금까지 헤드머신 문제로 속을 썩여본 적이 없었고, 기계 다루는 데 재능이 없어서 좀 어렵겠다 싶으면 리페어샵으로 가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해서 혼자 해보려다가 여기서 1차 난관에 봉착했었는데요...
... 분명 이거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목재와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부싱을 다 탈거했습니다.
부싱 탈거 완료.
왼쪽부터 순정 부싱, 봉투에 들어있던 작은 부싱, 박스에 끼어있던 큰 부싱입니다. 사실 맨 오른쪽이 좀 더 안정적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빈티지 타입에 비해 장점이 있습니다만...
사진상으로 잘 보이지는 않는데 외경과 내경이 다릅니다. 왼쪽 2개 외경이 9mm고, 오른쪽 외경이 8mm... 내경도 다른 것 같네요. 아무튼 이미 구멍이 9mm라 맨 오른쪽 부싱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싱을 장착해야하는데... 이 상태로 망치질했다가는 부싱도 망가지고 기타도 박살날 것 같아서 순간 멈칫...
그러다 문득 이 이름 모를 막대기의 용도에 대한 깨달음이 왔습니다. 저렇게 해 놓고 막대기에 망치질을 하면 부싱하고 기타가 상하지 않습니다.
... 용도가 저게 맞겠죠? 아무튼 부싱을 다 장착하고...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장착 완료! 뭐, 가장 싼 니켈 색상 헤드머신으로 교체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니켈 헤드머신이 너무 흐릿한 인상이라 마음에 안 들었던 것도 있고, 픽가드·플라스틱 파츠도 검은색이고 하니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코스모 블랙 색상을 구입했습니다. 장착하고 보니 헤드가 주는 인상이 또렷해져서 마음에 듭니다.
앞모습!
그렇죠. 뒤에 버튼 달려 있는게 진짜 락킹 튜너죠! 스트링 교체도 아주 편하고, 기타 톤도 제가 느끼기엔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펜 하이브리드 텔레캐스터... 가 아니더라도, 빈티지 타입 텔레캐스터 하면, 분명 그 특유의 소리가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만, 불편한 점이 아주 많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저는 연장 탓을 아주 심하게 하는 목수(...)라서, 부품 교체를 많이 했습니다. 잭 소켓, 스트랩핀, 섀들, 헤드머신을 교체했네요.
제 성향이 어지간하면 '제작 의도가 있겠지' 하면서, 순정 상태로 사용을 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그 의도가 '원가 절감'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구입한 텔레캐스터는 도저히 버티질 못했네요. 사실 빈티지 텔레캐스터 소리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면 이런 기타를 구입하지도 않았을 것 같고요. 뭔가 극적인 변화나 성능 향상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레코딩 할 때 피치 맞고, 튜닝 안 틀어지고, 뭐 안 빠져나와서 안전하고' 정도 목표로 부품을 이렇게 많이 갈아본 것도 처음이라 좀 허무하기도 합니다.
해놓고 보니, 빈티지 텔레캐스터의 캐릭터는 최대한 가져가면서, 연주할 때마다 악기랑 싸우는 것 같은 자질구레한 귀찮음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굳이 하이엔드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빈티지한 필링과 모던한 연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였다고 생각해요. 이제 좀 편하고 즐겁게 하양이 텔레캐스터를 연주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기타이야기 > 장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소한 지름 (G7th Performance 3 Capo, GruvGear Fret Wedge) (0) | 2021.01.31 |
---|---|
Suhr V70 V70 SSV+ 픽업 장착 (0) | 2020.12.19 |
Swing Jazz 5V Emerald Green 간략한 대면기 (3) | 2020.11.28 |
소소한 지름 (Dunlop Tortex Sharp, Dunlop Jazz Ⅲ XL, Ibanez Steve vai Signature Pick, Clayton NuTone Standard) (0) | 2020.11.06 |
일펜 텔레 개조기 (1) - 잭 플레이트 장착, 쉘러 스트랩락 장착, 섀들 교체 (0) | 202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