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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작곡

Forget-me-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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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마노 (Mano) - Forget-me-not 

오랜만의 B-Side 신곡입니다. 저번 곡이었던 〈잃어버린 꿈의 일기장〉 이후로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네요. 

사실은 2022년 초에, Steinberg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할리온(HALion) 기반 가상악기(VST) 두 가지를 테스트할 겸 만든 곡입니다. 

LoFi Piano Walkthrough | VST Instruments for HALion 

첫 번째는 LoFi Piano입니다. 〈Forget-me-not〉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VS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악기입니다. 별 기대 안 하고 받았는데, 생각보다 음색이 너무 예뻐서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가상악기입니다. 모든 내장 이펙터를 끄고서 다른 플러그인을 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만, 자체 이펙터들 느낌도 아주 좋습니다. 프리셋도 로우파이 질감이 과하다 싶은 것들이 많긴 합니다만, 대체로 훌륭합니다. 〈Forget-me-not〉의 경우 프리셋 하나를 그대로 사용해서 2022년 버전을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Reduce만 끈 상태로 곡을 완성했습니다. 

Guitar Harmonics Essential for HALion | Cinematique Instruments 

두 번째는 Guitar Harmonics Essential입니다. 음… 공짜라면 양잿물도 퍼먹는지라 일단 다운로드하긴 했습니다만, ‘진짜 기타’를 연주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활용할 일이 없는 악기입니다. 오히려 기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쓰임새를 찾을 수 있는 뭔가 아이러니한 VST라고 생각합니다. 〈Forget-me-not〉에서는 모듈레이션 이펙터 걸린 EP 같은 느낌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HALion 기반 VST로 곡의 전체적인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여기까지 작업했을 때는, 곡을 만들 생각은 없었고 그냥 무료 가상악기 음색을 테스트해 볼 생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3년 반 전이라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프리셋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파라미터도 조정해 보면서요. 그러다가 별생각 없이 버릇처럼 기타를 꺼내 들었을 겁니다. 

당시에는 작업한 기타를 메모해 놓질 않았어서 끔찍한 경험을 몇 번 한 다음에야 어떤 기타의 무슨 포지션에서 작업했는지 적어놓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2022년 버전 프로젝트를 열고 특유의 음색과 잡음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하양이 텔레캐스터로 녹음한 걸로 보입니다. 들립니다? 그러다가 점 8분 음표 딜레이를 건 팜 뮤트 기타 소리가 시계 소리 비슷하네… 마침 bpm도 기본값인 120이고… 정도의 생각을 했고, 그리하여‘시간’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원래 인생이라는 게 이런 식입니다. 아님 말고요. 

그러고 나서 저는 ‘LoFiPiano’라는 가제를 붙여놓았던 이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잊어버렸습니다. 2023년 말에 〈잃어버린 꿈의 일기장〉을 공개할 때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의 흐름으로 음… 그러면 다음 B-Side 곡으로 뭘 만들면 좋을까… 아, 맞다. 그게 있었지! 하고 이 곡을 떠올렸습니다. 그리하여 일러스트 작업을 요청드렸던 날짜가 〈잃어버린 꿈의 일기장〉을 공개한 다음날인 2023년 11월 26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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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렇게 오래 걸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작품도 어떤 ‘운명’을 타고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Forget-me-not’이라는 제목을 따라간 건지, 시간이라는 주제 때문인지… 그냥 제가 게을러서 그렇습니ㄷ… 웁웁 

공개를 앞두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모든 기타 트랙을 다 다시 녹음했습니다. 한 트랙 녹음하고, 한참 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또 한 트랙 녹음하고… 하는 식이었어서 날 잡고 해치웠으면 반나절도 안 걸렸을 텐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일주일을 흘려보냈습니다. 

다시 악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Forget-me-not〉의 기타 트랙들은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걸쳐서 열심히 개조한 악기들과, 올해 봄에 새로 들인 악기로 녹음했습니다. 언제나처럼 그냥 기타 자랑하는 느낌으로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Psychederhythm Psychomaster ‘초록이’

곡의 핵심이 되는 ‘시계 소리’ 팜 뮤트 기타 트랙은, 전기가 흐르는 부품을 모두(!) 갈아 끼운(…) Psychederhythm Psychomaster ‘초록이’로 녹음했습니다. 초록이 개조 이야기도 언젠가 포스팅을 해야 할 텐데… 픽업을 Fender CuNiFe Wide Range Jazzmaster 픽업 세트로 교체했었단 이야기하고 플로팅 트레몰로 유닛을 Halon Guitarparts의 Patented Vibrato로 교체했다는 이야기는 했었고… 픽업 커버를 검은색으로 교체하는 김에 볼륨과 톤 포텐셔미터를 A500K으로 교체하고, 톤에는 0.033㎌ 말로리 커패시터를 볼륨에는 트레블 블리드 용도로 180㎊ 세라믹 커패시터를 달아줬습니다. 눈치 채신 분,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PRS 배선입니다. 그리고 픽가드에 구멍을 뚫어서(!) 1960년대 재규어 스타일(?!)의 리듬 서킷을 배선했습니다. 배선만 놓고 보면 재즈마스터나 재규어나 큰 차이는 없는데, 재즈마스터 리듬 서킷의 볼륨과 톤 휠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재규어 간격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합니다만, 하지 마십시오. 해 주는 곳도 없을 겁니다. 

CuNiFe Wide Range Jazzmaster Pickup Set | Fender 

개인적으로, 재즈마스터 픽업을 Wide Range 험버커로 교체하는 것을 정말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일단 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텔레캐스터와 빈티지 PAF 픽업의 장점을 절묘하게 합쳐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녹음할 때 험노이즈로 인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2022년 버전의 〈Forget-me-not〉은 통제 불가능한 화이트 노이즈가 너무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에서 첫 등장해서 분위기를 조금씩 고조시키는 팜 뮤트 트랙에서 와이드 레인지 험버커 픽업이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Fender MIJ Hybrid 50s Telecaster ‘하양이’ & T.S Factory 151A-SP ‘뇌록이’

뒤이어 등장하는 아르페지오 트랙은, Fender Made in Japan Hybrid 50s Telecaster ‘하양이’로 왼쪽 트랙을, 올봄에 새로 들인 T.S Factory 151A-SP ‘뇌록이’로 오른쪽 트랙을 녹음했습니다. 뇌록이 소개글도 포스팅을 해야 할 텐데… 어쩌다 알게 된 도쿄의 T.S Factory라는 공방에 꽂혀서 ‘세상에 둘은 없을’ 이 악기를 입양해 버렸습니다. 재즈마스터 같은 바디에 텔레캐스터 같은 일렉트로닉스에 스트라토캐스터 같은 브릿지를 갖고 있습니다만… 레스폴 주니어 같은 소리가 납니다. 모델명의 ‘SP’는 Les Paul SPecial의 SP입니다.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진짜입니다. 두어 달 사용해 본 소감은, 클린톤이 아주 예쁩니다. 그래서 팜 뮤트 트랙이나 아르페지오 트랙을 녹음할 때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크런치 구간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해서 다루기가 좀 난감하고 아예 디스토션을 많이 걸어버리면 또 느낌이 죽입니다. 

하양이도 그렇고 뇌록이도 그렇고 클린톤 아르페지오가 상당히 예쁜 악기입니다. 하양이는 찌르는 듯한? 쨍알거리는? 고음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느낌이고, 뇌록이는 텔레캐스터와 레스폴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합쳐놓은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뭐, 연주자가 부족해서 나오는 ‘연장 탓’입니다. 어쨌거나, 다른 피아노 가상악기들이 그렇듯 LoFi Piano는 저음이 왼쪽에서 고음이 오른쪽에서 나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으로 왼쪽에 하양이를 오른쪽에 뇌록이를 배치했습니다. 사족이지만 2022년 버전에서는 아르페지오가 가운데 한 트랙 들어갔었습니다. 

Kiesel SH6 ‘람이’

곡을 마무리하는 부분의 패드 같기도 하고 스트링 같기도 한 소리는, EBow로 연주한 기타 소리입니다. 뭔가 세미 할로우 바디의 공명하는 느낌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Kiesel SH6 ‘람이’를 활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장 마지막에 올렸던 사진하고 달라진 부분이 많죠? 작년 가을부터 거의 반년에 걸쳐서 픽업을 제외한 전기가 흐르는 부분을 모두 갈아 끼웠습니다. 마그네틱 픽업 쪽 볼륨과 톤은 PRS 액세서리 샵에서 파는 부품으로 갈아 끼운 다음, 픽업 설렉터를 24 legs 다리가 무려 24개나 달린! 슈퍼 스위치로 교체하고 아이바네즈 HH 5 way 배선을 했습니다. 피에조 부품은 Graph Tech의 Ghost Pickup System으로 교체했습니다. 키젤 2025년 신모델 AC2가 나오면서, SH6를 포함한 대부분의 모델에서 어쿠스틱 새들 (피에조 픽업) 옵션이 사라지긴 했습니다만, 자체 피에조 프리앰프보다 그라프텍 고스트 픽업 시스템이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피에조 프리앰프를 교체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PRS 특유의 볼륨 노브와 톤 노브 커브감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 똑딱 갈아 끼울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반년이 날아갔고, 람이는 모든 부품이 갈린 ‘테세우스의 배’… 가 아닌 기타가 되었습니다.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Forget-me-not

이상입니다. 해야 할 이야기를 다시 엄청나게 남겨놓은 것 같긴 합니다만, 뭐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악기 이야기만 하다가 깜빡 넘어갈 뻔했는데, 〈보랏빛에 관하여〉부터 시작한 앰비언트 연작을 이번 〈Forget-me-not〉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2016년 군 복무 하던 시기에 작업하기 시작한 〈보랏빛에 대한 단상〉부터 시작하면 8년 만이군요. 앰비언트를 포함한 가사 없는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겠지만, 당분간 B-Side 곡이 마노 (Mano) 명의의 개인 작품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포스팅 중간중간 언급한 2022년 버전 〈Forget-me-not〉은 밴드캠프에서 0원 이상을 내고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2025년 재녹음 버전도 함께요. 조만간, 제가 〈영생의 껍질〉 이후로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빠서 장문의 포스팅이 뜸했는지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orget-me-not〉 많이 감상해 주시고요. 하시는 김에 다른 B-Side 작품들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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