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Walrus Audio의 Arp-87을 들였었는데요, 같은 회사의 Slö도 Fathom도 상당히 만족하면서 사용했었기에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Hungry Robot의 Pink Moby와 너무 비교되는 바람에 결국은 방출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핑크 모비는 분명 엄청나게 제 취향을 저격하는 페달입니다만, 취향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굉장히 좋은 소리를 내주는 이펙터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일단 특유의 질감이 너무 강한 테이프 에코 사운드라는 겁니다. 여기저기 묻히기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더 결정적이었던 문제는, 합주/공연을 하려고 보니 탭 템포 + 서브 디비전 (특히 ♪. 딜레이) 기능이 필요해졌는데, 핑크 모비는 서브 디비전 기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핑크 모비 사운드가 너무 아쉬워서,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돌아다녀보니 서브 디비전 기능을 추가하는 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개조가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일반 페달 사이즈 + 탭 템포 + 서브 디비전 기능이 있는 딜레이를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JHS의 Lucky Cat이었습니다. 일단 위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페달이었습니다. Arp-87에는 없는 테이프 에코 시뮬레이션 모드도 있었고요. Arp-87과 비교하는 영상도 많았는데, 뭐, 영상 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구매했습니다.
아, 많은 분들이 'Arp-87과 비교해 선명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첫 테스트에서 바로 알아버렸습니다. 테이프 에코 시뮬 모드로 돌리고, 딜레이 음에 로우패스 필터를 걸어 다크한 느낌의 톤을 만들어 낼 수는 있으나, 뭔가 디지털스러운 질감이 너무 강합니다. 핑크 모비가 생과일주스 느낌이라면, 럭키캣은 인공 감미료를 첨가한 탄산음료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얼마간 럭키캣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2021년이 끝나기 전, 리버브에서 습관처럼 Arp-87을 검색해보다가, 제가 옛날부터 정말 갖고 싶었던 (= 그때는 놓쳤던) 2018년 블랙 프라이데이 한정판 Arp-87이 매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그리하여 럭키캣과 Arp-87이 둘 다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Walrus Audio 페달들은 참 좋은데 디자인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항상 한정판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둘을 열심히 비교해 본 결과...
뭐, 둘 다 핑크 모비를 들이대면 인공 감미료 티가 너무 나긴 합니다만, '새콤한' 느낌이 너무 강한 럭키캣보다는 Arp-87의 아날로그 딜레이 모드가 조금 더 제 취향에 가까운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페달보드에는 돌고 돌아 다시 Arp-87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페달보드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최근까지 여유가 없다가 이제 좀 시간이 나서, 차근차근 정리하는 글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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