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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이야기/장비

잡담 / 스윙 프리즘 (Swing 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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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프리즘을 잠시 사용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모델이라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한국 기타 회사인 스윙에서 야심차게 출시했던 모델로서, L. R. Baggs X-Bridge를 장착해서 일렉기타임에도 어쿠스틱 기타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델입니다. 브릿지 말고도 던컨 픽업, 스퍼젤 락킹 헤드머신 등 비싼 부품들을 아끼지 않고 때려 박은 모델입니다. 당시 국산치고는 너무 비싼 가격 (15년 전에 100만원 이상!) + 부품 수급 문제로 자체 부품이 사용된 국산 보급형 모델과 베트남 공장 모델이 잇달아 출시되어 판매되다가 현재는 다 단종되었습니다. 

마노(Mano) - 날개 (feat. Jinoo)

그러니까 시작은, <날개>를 녹음하면서였습니다. 기타 입문을 일렉으로 했고, 손 악력도 약하고, 관리도 힘들고 해서 저는 통기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쿠스틱 기타가 필요한 순간도 일렉으로 적당히 때워왔고요. <날개>도 전반적으로 이펙팅 과하게 된 일렉기타 사운드로 채워진 곡이라 좀 뜬금없다고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PRS P22 Trem w/ John Wesley of Porcupine Tree

위 영상 같은 느낌의 소리가 필요했습니다. (3분 57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픽업 달린 통기타를 찾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장터에 거의 거저나 다름 없는 가격으로 올라와 있는 프리즘이 집에 도착해 있더군요. 

시리얼 넘버로 추정해보건대, 2006년에 생산된 기타였습니다. 나이가 15살이라 그런지 반항아 기질이 충만하더군요. 전전주인이 고장 난 던컨 마그네틱 픽업을 제거하고 피에조 ONLY로만 활용하다가, 전주인이 가지고 있던 던컨 픽업을 다시 장착해서 사용하다가, 저한테 온 상태였습니다. 일단 리어의 TB4는 작동하지 않았고, 피에조 사운드도 왔다 갔다 했는데, 그냥 배선이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넥감이라던가 프렛 가공이라던가 아무튼 연주하는 느낌은 신기할 정도로 괜찮아서, 자주 방문하던 리페어샵에서 간단한 셋업을 받고 대충 배선을 고쳐 피에조 사운드만 <날개> 레코딩에 활용했습니다. 

피에조 픽업 소리를 전반적으로 알게 모르게 깔아놨는데, 결정적으로 잘 들리는 부분은 2:57~3:10 사이의 브릿지 부분입니다. 위 영상 같은 어쿠스틱 + 일렉트릭 블렌드를 의도했는데, 사실은 두 신호를 동시에 받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어서 일렉트릭은 레독스 변텔레를 따로 받아서 합쳤습니다. 

변텔레 파랑이 하양이 베이스 치즈

그리하여 '치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고장난 TB4 대신 장터에 굴러다니던 펜더 쇼버커 픽업을 주워와서 한동안 위의 오형제 라인업을 굴렸습니다.

15년이라는 세월도 있고,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를 전주인들이 딱히 관리에 신경을 쓴 느낌은 아니어서 악기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전투기타로 최전선에서 활용한 느낌? '아틱 화이트'라고 명시된 피니시는 이미 누렇게 뜬 잉베이기타 색으로 변해 있었고, 백플레이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배선은 몇 번이나 뜯어고쳤는지 모를 상태였고, 헛도는 나사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선별된 엘더바디 하드메이플넥 로즈우드지판이라는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는 건 아니지만, 악기 무게가 아주 가벼웠고 울림도 훌륭했습니다. 안을 때마다 갈비뼈를 찍어 누르는 하양이 텔레캐스터를 쓰다가 오랜만에 스트랫을 써 보니, 확실히 왜 이 기타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퍼젤 락킹 튜너는 워낙 좋아하는 타입이기도 했는데 15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주 튼튼하게 잘 작동했습니다. 반쯤 쿼터쏜(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플랫쏜으로 썰다 보니 반 정도 쿼터쏜인 목재가 섞여있었다는 느낌입니다)인 넥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오랜 기간 실사용되어 감촉이 아주 편한 느낌이 된 무광 피니시의 느낌도 좋았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프렛 가공 상태도 훌륭했습니다. '확실히 작정하고 칼을 갈아왔구나'하는 느낌이 드는 악기였습니다. 

이 악기를 구매하게 된 결정적 이유인 피에조 픽업의 소리도 훌륭했습니다. '통기타향 0.037% 함유' 정도만 되어도 만족할 생각이었는데, 그냥 생소리만 받아도 꽤 훌륭한 어쿠스틱 느낌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적당히 앰프 시뮬이나 IR 걸어주면 상당히 리얼한 느낌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PRS에 장착된 L. R. Baggs 피에조와 테일러 통기타 사운드를 비교한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L. R. Baggs X-Bridge 아주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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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점이라면 아웃풋이 하나라, 블렌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테레오 케이블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기타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모노 인 - 모노 아웃이라 이런 준비성을 갖춘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컨 TB4는 고장 나있던 상태라 활용해보지 못했지만, 펜더 쇼버커가 의외로 훌륭했습니다. 프론트-미들에 장착된 던컨 SSL1과의 궁합도 훌륭했구요. 뭐랄까... 몽글몽글 부들부들 달콤짭짤 예쁘장한 소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아하는 소리는 아니어서 피에조 위주로 활용했었네요.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주워온 것 치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타였습니다만, 마그네틱 픽업 소리가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고, 이 정도로 오래된 악기를 계속 신경 쓰면서 관리할 여력도 없어서 방출했습니다. 피에조 장착된 트레몰로 브릿지는 상당히 괜찮은 발명품인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고, 역시 나는 로즈우드랑 안 맞는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양이 파랑이 베이스

그리하여 스윙 프리즘 "치즈"와 레독스 모던T "변텔레"를 방출하고, 키젤에 둘의 장점을 합친 커스텀 오더를 넣었습니다. 뭔가 "변텔레"와 "파랑이"에서 확인한 아주 만족스러운 조합인 메이플넥+에보니지판에 "치즈"의 피에조 사운드를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뭐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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