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독스 2015 Modern T 기타에 존써 픽업을 장착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지간한 기타는 부품이든 셋팅이든 순정 상태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어지간하면 '제작자(혹은 제작사)한테 뭔가 의도가 있겠지...' 생각하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2015년형 레독스 모던 T는 상당히 재미있는 기타였습니다. 텔레캐스터 바디와 헤드를 가지고 있지만, 싱싱험 픽업에 5단 설렉터 + 푸시풀 톤 험싱전환 조합, 트레몰로 브릿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고요. 놀랍게도 소프트메이플 바디에 버드아이 메이플 넥 + 마카사 에보니 지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커스텀 업체에 의뢰한다고 해도 안 받아 줄 것 같은 조합이죠.
이 기타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는 어라이언에 기타 셋업 받으러 갔다가, 레독스 커스텀샵 쇼룸(둘이 붙어있습니다)에 걸려있는 민트색 텔레가 너무 예뻐서였습니다. 근데 기분 탓인지 점점 초록색이 되어가는 느낌 농담이고요, 호기심에 테스트해 봤더니,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당시 주황이 PRS Custom 24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메이플넥 에보니지판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결정적으로는 마호가니 바디 마호가니 넥 에보니 지판 메이플 탑 기타에서 절대로 안 날 소리가 이 텔레 모양 기타에서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기타에 '변텔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략 몇 년 동안 막 굴리면서 잘 사용했습니다. 아주 밝고 시원시원하고 팡팡 터지는 소리가 나서 갖고 놀기는 좋았으나, 결정적인 순간(녹음, 공연 등)에는 잘 안 사용하게 되는 기타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텔레캐스터의 특장점은 프론트 + 리어 하프 톤인데 왜 잘 쓰지도 않는 미들 픽업 톤을 쓰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3단에 프론트 + 리어 하프 톤이 나오도록 개조를 할 텐데... 그래도 있는 걸 버리긴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니 험싱전환 할 때 톤 노브 뽑는 게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볼륨 노브와 톤 노브 사이에 미니 토글을 달고, 이걸로 험싱 전환을 한 후, 푸시풀 톤은 애드 프론트가 되도록 변경했습니다. 사실 회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어라이언 사장님과 상담한 끝에 만들어진 조합인데, 찾아보니 탐 앤더슨에 이렇게 생긴 기타가 의외로 많더군요.
그러다가... 이 기타 너무 세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정 상태에서 프론트와 미들에 레독스 자체 스택형 싱글 픽업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임피던스가 11k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어가 깡통 픽업인 것도 불만이었고요. 처음 기타 살 때부터, '픽업은 좀 사용해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존써나 탐앤더슨으로 갈아봐야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몇 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만, 고출력 픽업 소리가 필요하면 PRS가 있었고요. 좀 더 '펜더스러운' 뉘앙스의 픽업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고출력 스택형 싱글 픽업은 그만 쓰자 → 그렇다면 존써지! 하는 결정을 내리고... 픽업을 골랐습니다. 그닥 대단한 결정 과정이 있었던 건 아니고, 존써 픽업 중에 가장 출력이 낮은 픽업이 V70이라서 그걸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가장 인기 있는 픽업은 V60과 ML입니다만... 개인적으로 60년대 스타일 펜더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취향입니다!)
리어 픽업은... 역시 PAF 스타일 픽업을 사용하고 싶었고, 깡통 픽업은 이제 싫다! 생각으로 골랐습니다. SSV를 고를 수도 있었겠지만, 험싱 전환을 자주 하게 될 테니, 험버커는 강력한 톤 특화로 살짝 세도 괜찮겠다 싶어서 SSV+를 골랐습니다. 그래 봤자 SSH보다 임피던스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탐앤더슨 스타일 배선을 하게 됩니다. 아래 링크와 같은 배선인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다들 하는 배선이니 탐앤더슨 고유의 뭐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탐앤더슨 인스타 같은 데서 영향을 받은 건 맞습니다. 전에 개조한 미니 토글 험싱전환에 푸시풀톤 애드프론트를 애드브릿지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되면 5단 프론트 - 프론트미들 - 미들 - 미들리어 - 리어 조합에 리어 험싱 전환으로 7가지 픽업 조합이 생깁니다. 그리고 1단과 2단에서 푸시풀톤을 뽑으면 프론트리어, 프론트미들리어 조합이 가능합니다. 거기에 험싱전환까지 합쳐 총 11가지 픽업 조합이 생깁니다.
그리고서 대략 1주일 동안 픽업 높이를 이리저리 바꿔보며 스윗스팟을 찾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픽업을 표준보다는 낮춘 상태(리어 픽업과 6번 줄 사이 거리가 40mm 정도!)가 듣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픽업이 출력이 낮은 편임에도 굉장히 선명해서 너무 높이면 부담스럽게 땡땡거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메이플 바디 메이플 넥 에보니 지판 조합의 미들 트레블 음역대가 강력한 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선 리어 픽업 괜찮게 느껴지는 지점을 찾은 다음(프론트 픽업보단 리어 픽업의 사용 빈도가 많기에...) 코일 스플릿 한 리어 픽업과 프론트 픽업의 볼륨 밸런스가 맞도록 조절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리어 험버커 상태에서 혼자 세게 느껴집니다만, 애드브릿지 상태에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미들 픽업... 솔직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최선의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미들 단독으로 좋게 들리도록 조정하면 하프톤이 별로 안 예쁘고, 하프톤을 예쁘게 조정하면 미들 단독으로 이상하고... 그래도 미들 단독보다는 하프톤의 사용 빈도가 잦은 편이기에, 하프톤이 예뻐지도록 조절했습니다. 프론트보다 살짝 높아 보이는 정도에서 고음현 쪽을 눈에 보일 정도로 조금 더 올렸더니 하프톤이 상당히 예쁘게 나오더군요. 물론 미들 단독으로 들으면 너무 땡땡거려서 좀 그렇습니다.
몇 년 간 사용해본 소감으로는 레독스 기타 자체 하드웨어 수준이 아주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품 하나도 교체하지 않고 음원 녹음에까지 사용했었고요. 픽업도 모던 T라는 모델명에 걸맞는 소리가 났었다(물론 절대 펜더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픽업 교체가 늦어졌던 감이 있네요.
존써 픽업에 아직 적응을 다 못한 단계입니다만, 대면기(?) 정도 느낌으로 가볍게 써보자면, 아주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변텔레를 어디 들고 가면 자주 듣는 소리가 '의외로 텔레 소리 나네요?'하고 '생긴 거에 비하면 텔레스럽지는 않네요?'인데 뭐라는 거야 존써 픽업으로 교체하고 나니 조금 더 그 느낌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빈티지를 기반으로 한 범용 스트랫 같으면서도 어딘가 땡글거리는 텔레 감성? 레독스 기타와 존써 픽업 셋트 가격이 거의 비슷해서(...) 이 정도 투자를 할 가치가 있나 망설이고 계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건대 후회 안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뭣보다 전 메이플바디 메이플넥 에보니지판이 아주 마음에 드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존써와 탐앤더슨의 장점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변텔레는 솔직히 팔리지도 않겠지만 평생 가져갈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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