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ng Jazz 5V Emerald Green 간략한 대면기

Swing Jazz 5V Emerald Green

5현 베이스를 구입하였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저의 주력 악기는 일렉트릭 기타입니다. 어릴 때 리듬악기가 저랑 별로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대의 중심에서 팍팍 찔러주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좋아하지, 뒤에서 든든하게 받혀주는 악기는... 음... 

베이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작곡을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대충 기타로 리프 만들면서 '이런 식으로 치면 되겠지'했는데, 베이스 연주자한테 주면 이건 실연이 어렵다고 한다거나... 가상악기로는 표현이 잘 안 되는 미묘한 뉘앙스를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할 때마다 '아 이건 녹음하면 5초도 안 걸리는데' 하면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던가...

 

개인적인 베이스 취향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로우를 빡세게 컷합니다. (킥이 채워줄 자리)

그다음 게인/새추레이션을 강하게 겁니다. 그렇다고 메탈/퍼즈 톤으로 만들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록 베이스 소리입니다만, 좀 빡세서 경계를 넘을락 말락 하는 느낌?

... 뭐 이런 식으로 소리를 만들어가면, 베이스 연주자가 '이건 베이스 소리가 아니고 기타 소린데요' 하고 꾸사리(?) 먹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지인 베이스를 빌려 썼었는데, 이번에 돌려주면서 새로 악기를 구입했습니다.

우선, 베이스가 주력 악기도 아니고, 결국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베이스 주자에게 넘기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한 가격대의 악기들을 물망에 올렸습니다. 

그다음... 가상악기로 베이스 소리 만들 때, 생베이스 소리(?)를 강제로 증폭하는 식으로 톤 메이킹을 했었는데, 밴드 짬밥 먹으면서 보니, 그 소리가 액티브 재즈 베이스와 궤가 닿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래 놓고 보니 후보가 많이 줄었고요.

개인적으로 로즈우드를 싫어합니다. 여기서 꽤 많은 악기가 떨어져 나갔고,

그리고나니 남은 일이 색깔 고르는 거 정도였는데... 저는 열대바다청록색을 좋아합니다. 

 

그리하여 고른 악기가 Swing의 Jazz 5V 에메랄드 색상이었습니다. 얌전한 엘더보다는 무늬도 예쁘고 고음역대가 화려한 애쉬를 좋아하는데 거기에도 맞았고요. 5현 베이스를 구입하게 된 이유는, 4현이 아무래도 불편(!)하더라고요. 원래 6줄짜리 악기를 연주해서 그런지, 작곡하는 입장에서 저음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는 상황이 너무 짜증 나서 그런지... 악기를 받은 이후 며칠 연주해 본 소감은 4현보다 5현이 더 편합니다(!) 특히 E현 연주할 때도 다른 현처럼 아포얀도를 할 수 있으니 연주에 좀 더 균형이 잡히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해, 4현 곡도 5현으로 연주하는 게 더 편합니다.

일단 디자인이 너무 예쁩니다. 스윙 신형 헤드도 마음에 들고 (제 첫 기타가 스윙 R2였는데... 헤드 디자인...) 제가 초록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애쉬 나뭇결이 비쳐보이는 초록색이 제가 지금까지 본 초록색 중 가장 예쁜 초록색입니다. 작년에 출시되었을 때부터, 이건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막상 구입하려고 보니 에메랄드 그린 색상의 재고가 없어서 구하느라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마감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모델명에 붙은 V가 베트남의 약자였는데, 국산 스윙을 쓰던 때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미화되었을 가능성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도장이 불균일하다거나, 더러운 게 묻어 있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게 생산 과정의 문제인지, 유통 과정 중에 생긴 건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QC가 꼼꼼하다고는 결코 못 할 수준이긴 했습니다. 뭐 당장 반품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긴 했습니다.

소리, 솔직히 스윙 자체 픽업/프리앰프에 별로 크게 기대는 안 했었는데, 아주 훌륭합니다. 모든 노브를 중립에 두고 신호만 받아도 꽤 훌륭한 소리가 나오더군요. 뭔가 고음이 플라스틱스럽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는데, 그닥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픽업 교체 안 하고 그냥 사용할 것 같습니다.

초록 초록 파랑

결과적으로 초록 악기 수집가(?)가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친해지면 재미있는 음악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