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은 곧 폐쇄될 예정인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7월 24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8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버킷 리스트 상위 몇 개의 이번 생에는 글러먹은 소원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나마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꿈입니다. 바로 PRS 24프렛 기타를 일곱 빛깔 무지개색으로 들여서, 집 한 쪽 벽에 스펙트럼 순서대로 걸어놓는 겁니다.
적어도 벽에 못을 박아도 되는, 기타 7대를 걸어놓을 여유가 충분한 집이 일단 필요하겠고요. PRS 7대도 들여야겠네요. 그래도 이건 돈만 충분히 있으면 이룰 수 있는 꿈이다 보니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그나마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그 정도로 PRS를 좋아합니다. 다른 기타를 알아보다가도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PRS를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텔레캐스터 한 대 들일까? → 펜더는... 빈티지는 내가 감당 못 할 것 같은데... 모던한 펜더 들이느니 차라리 존 써 프로 시리즈가 낫겠다. → 존 써 텔레도 좋지만 역시 모던 쪽이 더 끌리는데? →그나저나 이런 슈퍼 스트랫 디자인은 좀 못생겼다. → 정신 차려보니 PRS 감상 중' 하는 식입니다. 이만큼 디자인이든 연주 편의성이든 소리든 다 갖춘 기타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색깔만 다른 PRS 24프렛 기타를 7대나 들이는 건 너무 낭비 같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스펙의 PRS 기타를 감상(?) 하면서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뭐, 대체로는 내 건 아니라는 심정으로 그냥 봅니다. 마음에 정말 딱 들어맞는 스펙의 기타는 정말 별로 없거든요.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저는 몇 년 전부터 '기타는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굉장히 밝다 못해 차가운 느낌까지 들면서, 미들-하이 음역대가 강조되는 편이지만 로즈우드처럼 신경에 거슬릴 정도의 배음이 없이 깔끔하게 모든 음역대를 튕겨낸다는 느낌이 드는 조합입니다. 메이플 지판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명료한 느낌입니다.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은 바이올린과 같은 고전적인 현악기에서 가장 일반적인 조합이기도 하죠.
제가 처음 이 조합에 눈독을 들이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PRS Guitars의 한정판인데요. 'Experience PRS'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PRS Guitars에서 딜러 및 아티스트들을 초청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공장과 그 해의 신기술 및 그걸 적용한 한정판 기타 같은 걸 공개하는 행사인데요. 개인적으로 보기에 PRS Guitars에서는 이 행사를 NAMM 쇼 이상으로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2012년과 2013년 한정판 Custom 24가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 스펙을 채택했었습니다. Experience PRS 2012 Custom 24 Limited는 프라이빗 스톡도 아니면서 헤드에 작은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Experience PRS 2013 Maple Neck Custom 24 Limited(사진에서 오른쪽)를 더 좋아했습니다. 30대 한정인 이 기타는,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수입되지도 않았고, 당시 동아리 악기 아이바네즈 RG3120에서 탈출해 새 기타를 들이고자 레이더를 돌리던 제게 딱 잡히기는 했지만, 가용 예산 범위를 한참 넘어서서 포기했었습니다.
당시 꽂혔던 기타는, 사진 속의 저 기타였었습니다. 지금은 누구 손에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만 해도 최신 옵션이었던 저 Blue Fade 색상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이런 한정판들을 보면서 'PRS 기타를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중고 장터에서 이상하게 저를 잡아끌었던 '주황이'를 들이는 걸로 저의 '기타 레이더 돌리기'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기타를 만족하면서 잘 썼고,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기타가 깔끔하지 못하고 다크초콜릿처럼 끈적끈적하고 텁텁한 뒷맛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다크초콜릿 같은' 느낌이 PRS의 매력이었습니다만, 음... 본격적으로 레코딩을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의도했던 '그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게 꽤나 큰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2015년 어느 날, 뭔가 자잘한 수리를 하러 어라이언 기타 리서치에 들렀다가, 옆의 레독스 쇼룸에서 저 변태 같은 민트색 텔레캐스터를 만납니다. 민트색이라면 환장을 하는 저였기에, 정신 차려보니 테스트를 하고 있더군요. 버드아이 메이플 넥에 마카사 에보니 지판이었는데, 그걸 듣고서 '이거다!' 했습니다. 예전부터 PRS 한정판 스펙 시트와 영상으로만 보던 조합을 직접 접하게 되었으니까요. 테스트 결과는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밝고 시원시원하게 팡팡 터져 나오는 소리! 마호가니 넥 + 로즈우드 지판 조합의 소리를 한 번 흡수했다가 게워내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닌 줄에서 발생한 소리를 바로 튕겨내는 것 같은 반응성! 개인적으로는 어깨너머로 접한 펜더 52 텔레보다 마음에 들어서 바로 집어 왔습니다.
근데 이거, 하... 왠지 '주황이'를 연주하다 보면 내 마음까지 진지함을 넘어서 우울해진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 우울증 치료제 같은 '변텔레'를 신나게 후려갈리면서 놀게 되기는 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레코딩이나 합주를 하러 갈 때는 '주황이'를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데모 녹음은 텔레로 해도 본 녹음 들어가면 PRS 톤 노브 뽑아서 험싱전환 된 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식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기타를 통 메이플로 만들면 조증 걸린 소리가 난다.'라고 표현했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밝고 시원시원 하지만 뭔가 너무 가벼운 느낌? 분명 그게 갖고 놀 때는 좋은데, 뭔가...
결국 내가 원하는 소리가 뭐였는가 하니,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의 PRS였습니다. 위 영상은 로즈우드 넥 + 로즈우드 지판 vs.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PRS 비교 영상입니다. 한정판 PRS 기타로 인한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조합에 대한 호기심이 변텔레로 인해서 확고부동한 취향으로 자리매김했고, 저 영상에 의해 확인사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로즈우드 넥 + 로즈우드 지판 조합에서는 따뜻하다 못해 어두운 소리가 나는데,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조합에서는 밝고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그러면서도 PRS 특유의 우아하고 정돈된 톤 성향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PRS 기타가 한두 푼 짜리도 아니고, 지난 몇몇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 취향이 워낙 까탈스러웠기에 마음에 드는 기타가 쉽게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여름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저는 별 수없이 입대 전까지 모아놨던 돈에다가 군대 월급을 다 합하면 얼마인가를 계산하면서 기타 레이더를 계속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 기타는 내 운명?
입대 후 대략 1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뭔가 제 취향과 통하는 면이 있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딜러 중 하나인 이시바시 악기에서 2016년에 오더 한 우드 라이브러리가 입고되었습니다. 4가지 모델, 7가지 패턴, 총 60대의 기타들 중에 이 기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타들을 보면서도 '내건 아니구나'하는 심정이었지만, 이건 딱 보자마자 '내 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려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열대바다색의 1피스 퀼티드 메이플 탑! 이런 조합을 어디 가서 또 볼까요? 게다가 2016년 한정판이었고, 2017년 당시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Custom 24-08이었습니다.
'주황이'에서 제일 좋아하는 톤이 싱글 전환한 하프톤이었는데, 저 토글 조합이면 하프톤이 무려 4가지나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 Experience PRS 2016 Custom 24-08은 50대 한정판이었던 데다, 마호가니 넥에 에보니 지판이라는 딱 절반만 내 마음에 드는 스펙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시바시 악기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에다가 1피스 퀼티드 탑까지 얹은 기타를 무려 9대나 들여온 겁니다. 딱 한 대는 2피스 퀼티드 탑이었는데, 그게 Blue Matteo 색상이라 열대바다색 선택권은 저거 한 대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나는 사운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오.'하는 걸 어필하는 듯한 짝짝이 픽업 세트. 좋아하는 59/09는 아니었지만, 모던한 85/15에 빈티지 PAF 성향의 58/15 조합이라니,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메이플 지판 + 에보니 넥에 열대바다색 1피스 퀼티드 탑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운명!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만, 통장 잔고를 보면... 뭐 현실 감각이 되살아났죠. 젠장!
제발 팔리지 마라, 제발 팔리지 마라!
이후 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시바시 악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저 기타가 오늘도 제대로 있나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제발 팔리지 마라 제발 팔리지 마라'하는 저주(?)를 퍼부으면서요.(이시바시 악기점 입장에서는 저주 맞겠죠?)나름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 기타의 형제 정도 되는 분홍색 기타도 팔리고 빨간색 기타도 팔리고 하는 와중에 저 '파랑이'는 안 팔리고 거의 1년이 지나갔으니까요.
그리고 2018년이 밝았습니다. 군대 월급 오르고 나서 제일 처음 한 생각이 '계산했던 예산에 최소 100만 원은 보탤 수 있겠다.'였습니다. 그러면 추가적으로 돈을 안 벌어도 저 '운명의 기타'를 아슬아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선이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엔화 동향까지 체크하기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헛소리 한 번 하면 엔화가 출렁하고, 시진핑이 받아치면 또 출렁하고, 아... 이런... 씨...
제가 마지막으로 믿었던 건 '골든 위크'였습니다.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일본은 5월 첫째 주에 꽤 많은 기념일이 겹쳐있어서, 최소 1주일에서 운이 좋으면 열흘 정도의 황금연휴가 생기는데, 이걸 골든 위크라고 합니다. 악기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업시설에서 그에 맞춰 파격 세일을 하는 데다가, 제가 노리는 '파랑이'는 2016년 말 연식의 악성 재고(?)가 되어가는 조짐을 보이던 기타라 분명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었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버티기만 하면 한 달에 40만 원 정도 되는 돈이 따박따박 들어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18년 들어 김정은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엔화 환율이 안정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데다, '이제 아베가 엔저 정책을 포기한다고 선언을 하던가, 트럼프와 시진핑이 전쟁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저 기타는 내 거다!'하는 확신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4월 21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이시바시 악기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그 기타가 없는 겁니다.
얘네들은'다른 손님에 의해 예약 중입니다. 잠시 후 다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같은 문구와 함께 매진으로 넘어갔던 악기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사진을 다시 찍는다거나, 아니면 골든 위크 준비로 악기가 잠시 사라졌다가 가격이 떨어져서 다시 돌아오기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드디어 세일하는 걸지도 몰라!' 하는 희망도 없잖아 품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골든 위크가 되었는데도 기타는 돌아오지 않았었습니다. 말년 휴가를 골든 위크에 맞춰서 잡았던 보람도 없이 기타는 어린이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아무래도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휴가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던 5월 6일 아침...
어..? 어!
'파랑이'가 이시바시 악기에 돌아왔습니다! 왠지 옆에 있던 빨간 기타가 대신 사라지고, 가격이 거의 7만 엔 정도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빨간 기타가 팔렸을 때 실수로 파란 기타를 품절 처리했다가, 골든 위크 물량 정리하다가 실수를 발견했는지, 파란 기타 홀드 했던 어떤 사람이 막상 매장에 와서 보니가 빨간 기타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건지... 뭐 아무튼! 저는 눈이 돌아갔습니다. 운명? 이젠 돈으로 사겠어!뭐 이런 심정으로요.
안타깝게도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데다가, 다음 날인 5월 7일까지 대체 공휴일이었습니다. 돈은 죄다 정기 예금과 적금의 형태로 은행에 묶여 있었고요. 기타를 사기 위해 이걸 깰 각오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만,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포기 상태였기 때문에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고민 끝에 어머니께 은행 문 열면 예금이고 적금이고 바로 다 깨고 탈탈 털어서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때 받은'이건 군대까지 가서도 정신을 못 차렸나' 하는 미친놈 취급은 덤.
만약 '파랑이'가 중간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다가 7만 엔 세일하는 거였다면, '이거 때문에 정기 예금에 적금까지 다 깨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을 거고, 어머니께 손 벌릴 생각은 더더욱 안 했을 겁니다. 그보다, '아무리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 기타라지만, 한두 푼 짜리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실력에 저 기타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라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 끝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7만 엔 세일을 한 가격도 거의 저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액수였거든요. 중간에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걸 보니 이성을 잃었던 겁니다. 아무튼 악기는 구매대행해서 집으로 배송시켜 버리고, 저는 휴가 마치고 복귀를 했습니다.
드디어 첫 만남!
그 이후 이런 걸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전역 그 자체보다 이 순간을 더 기다렸던 것도 같습니다.
박스입니다.
두근두근
아무리 확신이 있었어도 그렇지, 악기를. 그것도 이런 고가의 악기를 들이면서, 테스트는커녕 실물을 한 번도 보지도 않았다는 제가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도 좀 들었었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당연히 '악기는 꼭 신중하게 테스트해 보고 사라'고 하겠죠.
하지만 케이스를 개봉하고 그 자태를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 이걸 놓쳤다면 그거야말로 어마어마하게 후회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요?
그날 바로 어라이언 기타리서치로 달려가서 손에 맞춰 셋업을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굿즈가 갈 때마다 늘어나는 것 같아서 좋은 곳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타 줄을 약간 높여서 쓰는 편이고(12프렛에서 1.6mm 정도), 집에 있는 똘똘이에 꽂아봐도 짝짝이 픽업이라 그런지 밸런스가 살짝 안 맞더군요. 그 외 사소한 부분들을 다 제 손에 맞췄습니다. 하는 김에 '주황이'도 드롭 D 튜닝으로 다시 셋업 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동아리 연습실 달려가서 큰 앰프에 물려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PRS 기타는, 앰프 연결 안 하고 그 울림만 들어도, 찌르르하는 기분 좋은 느낌이 있습니다. 똘똘이 앰프든 헤드폰 앰프든 가리지 않고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타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앰프에 꽂아보니, 역시 무시무시하더군요. 이거죠. 이걸 지난 몇 년 동안 찾아 헤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제가 무지개 스펙트럼 색상 중에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입니다. 정확하게는 파랑과 초록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밝은 열대바다색이요. 청록색, 바다색, 민트색, 에메랄드색, 미쿠색... 뭐 그런 색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무지개색 PRS 한 쪽 벽면에 걸어놓기'에서 파랑에 해당하는 기타를 매우 공들여서 구했습니다. 이제 2/7 달성이군요. 당분간은 이 '파랑이'에 적응하고, 길들이고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지난 2년을 기타 한 대랑 등가교환해 버렸기 때문에 현 상태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랑이'가 말 그대로 '단 한 대만 가질 수 있다면 선택할 기타'이기 때문에, 새 기타를 들여놓고 싶다는 생각이 당분간은 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열대바다색1피스퀼티드탑메이플넥에보니지판이 아닌 기타는 기타로 안 보이네요. 아니 저런 걸 돈 주고 산단 말이야?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제 취향, '얇은 메이플 넥, 에보니 지판, 1피스 퀼티드 메이플 탑, 24프렛, 싱크로나이즈드 트레몰로 브릿지, 열대바다색, 싱글 전환한 하프톤, 블레이드 스위치, 59년식 레스폴 소리, 대조적인 느낌의 짝짝이 픽업 세트, 그 외 하드웨어는 최신형으로'에 비추어 본다면 59년 식 레스폴 소리를 제외하면 모든 면이 들어맞는 기타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타는 단 한 대 존재합니다만, 이런 운명적인 기타는 정말이지 단 한 대 말고는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 길들이고 많이 연구해서 좋은 파트너처럼 언제나 함께하는 악기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이 '파랑이'의 사운드 샘플과 함께하는 PRS Custom 24-08의 사용기 및 2009년식 Custom 24 '주황이'와의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PRS Custom 24에 관한 이야기는 글 한두 편으로 후딱 정리해버릴 생각이었는데, 할 말이 너무 많네요.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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