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은 곧 폐쇄될 예정인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7월 12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7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1부, 첫 만남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선은 1부에서 이야기했던 사운드 샘플입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리뷰들을 보면서 가끔씩 '저 연주자가 저 좋은 앰프에 저 좋은 이펙터들 연결해서 연주한 다음 전문적인 후보정을 거치면 무슨 기타를 던져주던 소리가 좋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EQ 세팅과 이펙터를 많이 연구해서 만든 베스트 톤은 자작곡이나 커버 연주 영상 위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사실 일렉트릭 기타라는 악기의 특성상 '고유의 소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사운드 샘플을 만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연구해보겠습니다.
PRS Guitars의 컨트롤부와 픽업
'주황이'의 사운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1부중간 어디쯤에서 이야기했던 픽업 이야기를, 컨트롤부 이야기까지 얹어서 먼저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연적으로 기타의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함되는 주제입니다만, PRS의 컨트롤부와 픽업에 대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밑으로 쭉 내리시길 바랍니다.
이건 펜더든 깁슨이든 마찬가지입니다만, 기타 회사들은 매년 기타의 스펙을 조금씩 변경해가면서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PRS의 Custom 24는 1985년 겨울 NAMM 쇼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의 변화를 겪으며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극초기 Custom 24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저도 잘 모르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996년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스펙의 큰 변화가 있었는데(흔히 pre-factory로 알려진), 여기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검색해서 찾은 것들을 짜깁기하면 뭔가 쓸 수는 있겠지만, 직접경험도 아닌 간접경험만 가지고서 별로 영양가 있는 글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2000년 이후의 PRS Custom 24의 스펙들과, 그중에서도 제 오렌지색 기타가 어떤 옵션인지, 그리고 그것들의 장단점이 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PRS 스펙의 변화를 큰 축으로 나누자면, 우선 컨트롤부의 변화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초기에는 3단 토글에 푸시/풀 톤 노브로 sweet switch를 조절했다고 합니다. 이후 오랫동안 PRS의 상징과도 같았던 5단 로터리가 도입됩니다. 동그란 노브가 3개 달려있는데, 각각 볼륨, 톤, 픽업 설렉터 입니다. 이 중 픽업 설렉터 노브를 돌리면, 두 험버커 픽업의 바깥쪽을 직렬로 연결하거나 해서 펜더스러운 하프톤을 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이 하프톤이야말로 진정한 PRS 다운 소리’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만, 이 로터리 설렉터는 라이브 중에 픽업 포지션을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특유의 하프톤을 포기하고 3단 토글 + 푸시/풀 톤으로 개조하고는 했습니다. PRS도 대세를 받아들이고 1998년부터 이걸 옵션 (Custom 24에서는 옵션이지만, 아예 3단 토글을 기본 사양으로 하는 기타도 있었습니다)사항으로 넣었습니다. 2011년 이후로는 5단 블레이드 스위치를 기본으로 도입하였고, 이것이 몇 번의 개조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8년 현재 기준, 일반적인 방법으로 주문할 때 Custom 24의 경우 5단 로터리나 3단 토글 옵션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는 '파랑이'를 사용하기 전까지 3단 토글하고 5단 블레이드 PRS를 사용해 봤습니다. 5단 블레이드 스위치도 2, 4단에서 꽤나 독특한 톤이 났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그때 인상이 좋아서 언젠가 5단 블레이드 PRS를 한 대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은 꿈입니다만.
3단 토글에 푸시/풀 톤 코일 탭은, 우선 브릿지, 브릿지+넥, 넥 픽업을 선택할 수 있고, 톤 노브를 뽑으면 험버커 픽업이 스플릿이 되어서 싱글 픽업 같은 소리가 납니다. 출력이 반 정도로 떨어지고 싱글 픽업 특유의 잡음이 생기긴 합니다만, 코러스 이펙터를 걸었을 때 상당히 예쁜 소리가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단 토글은 중간에 두고, 톤 노브를 뽑은, 브릿지 싱글 + 넥 싱글 소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험버커 픽업이 스플릿 된 것을 싱글 전환이라고 하면 화를 내는 분도 어디서 봤습니다만, 많은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니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잡음도 줄어들고, 고음이 살짝 뭉뚝해진, 꽁꽁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냥 스트로크 하면 통기타 비슷한 소리가 납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펙터를 걸어서 브릿팝 류의 소리도 내고, 펑키한 리듬 컷팅도 하고, 여기저기 잘 어울립니다.
좋아하는 톤은 싱글 전환된 하프톤이지만, 라이브 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소리는 아무래도 브릿지 험버커 소리였습니다. 헤비한 리프를 연주할 때도 그렇고, 특히 기타 솔로는 보통 브릿지 험버커로 연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톤 노브 뽑은 하프톤으로 리듬 연주를 하다가 기타 솔로를 연주할 때, 손발이 꽤나 바쁩니다. 발은 이펙터 밟느라 탭댄스를 추고 있고, 그 사이 손은 3단 토글을 탁 쳐서 브릿지로 바꾸고, 톤 노브를 눌러서 험버커로 전환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솔로 끝나고 나서, 다시 돌아오는 건 더 힘듭니다. 앞의 작업이야 그냥 때리다시피 탁탁 치면 됩니다만, 원상복귀는 톤 노브를 잡아서 뽑아야 하고, 3단 토글을 세게 치면 넥 픽업으로 바뀌니 하프톤이 되도록 나름 섬세하게 조절을 해야 합니다. 뭐, 아마추어 공연이니 실수해도 저 밖에 신경 안 쓰는 부분이었습니다만, 이거 꽤나 신경 쓰이고, 연습이 필요합니다. 푸시/푸시 톤으로 바꿀까도 생각해 봤지만,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하니까 (그리고 귀찮아서)보류. 아 그리고, 톤 노브 뽑았다 눌렀다 할 때 약간이라도 돌아가면 원하는 톤과 다른 톤이 나옵니다. 저는 보통 기타는 풀 볼륨 풀 톤으로 두고 이펙터로 사운드를 잡는데, 기타 솔로 시작했는데 톤 깎인 뭉뚝한 소리가 나면, 속으로는 무지하게 거슬리고 화가 나고 망한 것 같고 그렇습니다. 역시 저 빼고는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요.
Custom 24의 픽업은 꽤 오랫동안 HFS/Vintage Bass 세트가 (이전의 T/B세트나 드래곤 픽업 등등도 있습니다만, 잘 모릅니다)장착되었었습니다. 우선 브릿지 픽업(PRS에서는 트레블 픽업이란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브릿지 픽업, 리어 픽업, 트레블 픽업, 리드 픽업 다 같은 뜻입니다. 참고로 상대되는 용어는 베이스 픽업이며, 넥 픽업, 프론트 픽업, 베이스 픽업, 리듬 픽업 다 같은 뜻입니다.)인 HFS는 Hot Fat Scream의 약자로, 세라믹 마그넷에 15㏀의 꽤 고출력인 모던한 픽업입니다. 요즘 듣기에는 좀 정제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고, 젠트 같은 장르에는 역시 못 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PRS 픽업 중에서는 지나치게 정갈한 느낌이 그나마 덜 한 편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트로 따라다니는 Vintage Bass는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대적으로 출력이 약하고 빈티지한 톤을 노리고 만든 8.5㏀의 알니코 마그넷 픽업입니다. HFS와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만, 둘의 조합은 의외로 괜찮다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성향의 픽업 두 개 붙어있는 것에 비하면 꽤나 다양한 톤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57/08, 59/09, 53/10, 85/15, 58/15등의 픽업이 출시됩니다. PRS 픽업들의 이름 짓는 원리는 정말 단순합니다. XX/YY라고 되어있으면 19XX년의 소리를 20YY년에 재해석했다는 뜻입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57/08은 폴 리드 스미스 본인이 소유한 기타 중 이상적인 기타 소리라고 생각하는 57 레스폴 주니어에서 영감을 받은 소리를 바탕으로 2008년에 출시된 픽업입니다. 이 픽업을 만드느라 당시의 픽업 코일 감는 기계까지 구해 와서 픽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발표 당시에는 PRS 최고의 픽업으로 칭송받았다는데, 너무 광고 냄새가 나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59/09 픽업은, 이쯤 되면 눈치채신 분도 계셨을 텐데, 59레스폴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네, 저는 59년식 레스폴의 소리를 정말 좋아합니다. 물론 오리지널은커녕 리이슈도 꿈도 못 꿀 정도로 비싼 데다가 다룰 자신도 없지만요. 59/09는 57/08에서 떨어지는 출력을 개선한 픽업이라고 합니다. 국내 모 커뮤니티나 해외 포럼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59/09에서 톤 노브를 7 정도로 깎으면 57/08 소리가 난답니다. 57/08도 정말 명료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는데 59/09를 들이대니 먹먹하게 들린다는 반응을 몇 번 봤습니다. 둘 다 HFS에 비하면 출력이 떨어집니다만, 훨씬 빈티지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입니다. HFS는 이 둘에 비하면 거칠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클린톤은 개인적인 취향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2015년 PRS 3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85/15와 58/15는, 58은 PAF 픽업에서 영향을 받았을 테고, 85는 뭐지? 싶으실 텐데, 최초의 PRS 기타가 1985년 겨울 NAMM 쇼에서 공개된 Custom 24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일까요? 85/15는 다른 픽업들에 비해서 모던한 사운드를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고요, 나머지 픽업들은 50년대 황금기의 깁슨 기타들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53/10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데, 폴 리드 스미스가 53년 식 깁슨 골드탑을 가지고 있고, 최초의 PRS 기타를 디자인할 때, 그 특유의 연주감은 그 기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Custom 24에 이 픽업이 장착된 건 정말 드뭅니다. 한정판 기타 몇 대 정도. 이 픽업은 주로 모던이글 콰트로(Modern Eagle Quatro)라는 모델에 장착되었습니다. 모던이글을 프라이빗 스톡 제외하면 PRS 최고의 기타라고 찬양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Custom 24가 더 취향이라서요.
아무튼 장터에 잠복 중이던 2013년 말 ~ 2014년 초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59/09의 소리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이때 PRS는 1년 간격으로 Custom 24에 57/08을 달았다가, 59/09를 달았다가, 픽업 커버를 씌웠다가 벗겼다가하는 꽤 복잡한 마이너 체인지를 반복했었습니다. 2015년에 85/15와 58/15가 출시된 이후 Custom 24를 위시한 모던한 쪽의 기타에는 85/15, McCarty를 위시한 빈티지한 쪽 기타에는 58/15가 장착되어 출고되고 있습니다.
잠복 중일 때만 해도 HFS/Vintage Bass는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HFS/Vintage Bass 픽업 조합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교체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PRS의 59/09 든 베어너클 같은 타 회사의 픽업이든요. 아, 디마지오 존 페트루치 픽업 세트로 교체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은 있습니다. PRS에 페트루치 픽업 박는다고 페트루치 소리가 날 것 같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제가 페트루치 같은 연주도 못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그만뒀지만요.
HFS 픽업은 상당히 고출력의 픽업이고, 유튜브 비교 영상 같은 것만 보면 좀 거칠지 않은가 싶습니다만, 직접 연주해보니 정말 괜찮은 소리가 났습니다. 험버커 클린 톤은 개인 취향이 아니었습니다만, 드라이브를 걸면 진가가 드러납니다. 미들 하이가 강조된 힘차면서도, 거슬리는 소리는 별로 없는 살짝 컴프 걸린 정제된 소리가 납니다. 다시 말하자면 압도적인 존재감은 있으나, 그게 민폐를 끼쳐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아니고,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지키면서 은근한 존재감이 있습니다. 하이게인 디스토션이나 퍼즈를 걸면 엄청 지저분한 리프톤도 뽑아주지만, 솔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아주 깔끔하고 청명한 예쁜 톤이 납니다. 의외로 여기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제가 PRS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예쁜’ 솔로 톤입니다. 지저분한 소리를 원한다면 단점이겠으나, 피아가 <My Bed>를 라이브 할 때만큼은 PRS를 사용하던 이유가 이거 아닐까 하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맨 위의 사운드 샘플 영상을 직접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맨 위까지 올라가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 농담입니다. 위의 HFS/Vintage Bass 픽업을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대로, 브릿지 픽업에서는 좀 덜 다듬어진 느낌의 거친 소리가 나고, 넥 픽업에서는 상반된 느낌의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일렉트릭 기타에서 소리를 받아들이는 장치인 픽업(보컬로 치면 마이크에 해당합니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기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사양이라고 생각하는 프렛 개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Custom 24라는 모델명의 '24'는 '24프렛'을 의미합니다. 24프렛 기타는 넥 픽업이 22프렛 기타에 비해 더 브릿지쪽으로 밀려나서 장착됩니다. 22프렛 기타의 넥 픽업은 일반적으로 양 끝이 고정된 현의 ¼지점, 다시 말해 4배음의 정상파 마디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옥타브 배음이 적게 수음되고 그래서 더 부드럽고 뭉뚝한, 소위 머디한 사운드가 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24프렛 기타의 넥 픽업에서는 더 날카로운 소리가 나게 됩니다. 이건 역시 취향의 영역입니다만, 문제는 22프렛 기타가 원조라는 겁니다. 전통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취하려고 하면, 22프렛 기타가 필요합니다. 24프렛 기타에서는 그 소리가 안 나거든요. 분명 앰프 EQ 조작하는 정도로는 낼 수 없는 서로 다른 소리가 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산타나를 좋아하는데, 넥 픽업 소리가 날카로워서 그의 기타는 못 쓰겠다.'라는 글도 봤고, '레스폴의 리드 픽업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지만, 리듬 픽업에서는 멍청한 소리가 난다. 24프렛 기타에서는 리드 톤과 리듬 톤 모두 좋은 소리가 난다.'라는 글도 봤습니다. 못 쓰겠다느니 멍청하다느니 하는 말은 좀 심했지만, 22프렛과 24프렛의 기타는 전혀 다른 악기입니다.
참고로 저는 24프렛 기타를 좀 더 좋아합니다. 우선 PRS의 상징, 버드 인레이를 보면 24프렛에 올빼미가 앉아있는데, 22프렛 기타에서는 올빼미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드 주법으로 마지막 프렛까지 내려왔을 때, 개방현의 2옥타브 음이 나는 것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 별 다른 근거는 없지만요. 올빼미가 없어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간에, 그런 이유로 24프렛 기타를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소리도 24프렛 기타 쪽이 더 익숙하다는 느낌입니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군대 가기 전 '주황이'로 작업한 곡입니다. 이 곡의 3:00부터 슬라이드 업해서 마지막에 도달하는 음이 1번 줄 24프렛 E음입니다. 다만 0:50부터 2:28까지 이어지는 <그림자> 파트에서, 여러 층으로 겹쳐있는 기타 소리 가운데 하나는 가상악기 소리입니다. 이유는 무슨 수를 써도 깁슨 ES335 프론트 픽업 느낌의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PRS Custom 24와 레독스 Modern T로 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이 정도면 22프렛 기타와 24프렛 기타의 소리 차이, 그리고 24프렛 기타인 PRS Custom 24의 소리에 관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을까요?
어쩐지 더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기타' 하면 빠지지 않는 목재 이야기입니다. 다른 옵션 없는 코어 라인 PRS 기타들처럼 이 '주황이'도 마호가니 바디, 마호가니 넥, 로즈우드 지판, 메이플 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 레스폴에서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조합입니다. 비록 온두라스 마호가니와 브라질리언 로즈우드가 일찌감치 벌목이 금지되어 아프리칸 마호가니와 인디언 로즈우드가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로즈우드 지판의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마호가니 넥 + 로즈우드 지판 조합은 현에서 발생한 소리를 한 번 흡수했다가, 안에서 재가공한 후, 다시 토해낸다는 느낌입니다. 소위 '배음이 많다', '반응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되는 그것입니다. 다만 메이플, 에보니에 비해 관리가 매우 용이하다는 점, 그리고 이 '배음이 많은' 사운드 특성이 더 풍성하게 들리고, 게인이 좀 더 지글지글하게 먹기 때문에 로즈우드가 인기가 많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합하자면, '주황이'에서는 다크초콜릿 같은 소리가 납니다. 제가 4년 반 동안 이 기타를 사용하면서 가장 이 기타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유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소리입니다. 중음역대가 강조되고 PRS 특유의 어떤 상황에서도 준수한 톤을 뽑아주는 잘 가공된 소리가 나지만, HFS 픽업은 한 편으로는 조금 덜 다듬어진 것 같은 거친 소리를 내줍니다. 하지만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뒷맛이 왠지 끈적끈적하고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좋습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PRS는 너무 완벽해서 2~3년 지나면 질린다.'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매력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영상은 로즈우드 넥 + 로즈우드 지판,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PRS Wood Library Custom 24의 비교 영상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소리가 나는데, 그 약간의 다름이 저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처음에 언급했듯이, 일렉트릭 기타는 어찌 보면 '고유의 소리'라는 것이 없는 악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목재와 픽업을 포함한 하드웨어가 기본적인 소리를 만들겠지만, 거기에 어떤 이펙터를 거는지, 어떤 앰프에 연결해서 어떤 세팅을 하는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레코딩과 그 후처리에 의해서도 소리가 또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설명했지만 '이 기타의 소리'를 설명하는 건 어찌 보면 별로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Mano라는 개인이 이 악기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사용하면서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느끼기에, '주황이'는 특유의 '다크초콜릿 같은' 느낌 때문에 어둡고 묵직한 연주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롭 D 튜닝해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성향 다른 PRS 두 대를 스탠다드 튜닝/드롭 D 튜닝으로 나눠서 사용하는 건(기타를 튜닝 별로 나눠서 사용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닙니다만)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스티븐 윌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난 글부터 언급해 온 메이플 넥 + 에보니 지판 조합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PRS Wood Library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한 가지 까먹었는데, 기타 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주자의 역량입니다. 이 좋은 기타에 부끄럽지 않은 연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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