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은 곧 폐쇄될 예정인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7월 13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7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림 기타를 찾아 헤매다 보면 한 번 정도는 자기 기타에 들어가는 목재, 일렉트로닉스, 그 외 부품들을 모두 자기가 정하고, 그걸 만드는 방법도 자기가 정하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중간역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만의 스펙을 가진 기타는 분명 연주자들의 꿈입니다.
PRS Guitars의 완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라인은, 잘 알려져 있는 프라이빗 스톡(Private Stock)입니다. 최고급의 목재부터, 피니시, 인레이 등의 디자인적 요소들을 주문자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8현 기타나 더블 넥 기타 같은 특수한 옵션도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단, 당신이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죠...
... 네, 프라이빗 스톡은 비쌉니다. 정말 비쌉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별다른 옵션 없이 색깔만 좀 특이한 Custom 24 같은 걸 오더 해도 천만 원은 금방 넘어가버립니다. 분명 꿈의 기타인 건 사실입니다만, 평범한 연주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PRS Wood Library
나만의 드림 기타를 꿈꾸지만, 주머니 사정은 어려운 당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PRS의 Wood Library Program입니다. PRS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일명 '가난한 자의 프라이빗 스톡'이라고 불립니다만, 가격은 PRS답게 여전히 가난한 자들에게 별로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제 나름대로 돌아다닌 바에 의하면, 신뢰할 수 있는 한국어로 서술된 PRS 우드 라이브러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에 공식적으로 우드 라이브러리가 수입된 게 현재 공식 딜러인 M 모 업체에 의한 2015년 여름의 513과 Singlecut Trem이고요. 그 이후 거의 3년간 소식이 없다가 최근에 2017년식 우드 라이브러리 기타들을 왕창 들여왔더군요. 이미 한참 옛날부터 해외 딜러들의 우드 라이브러리 탐방을 즐기던 제게는 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만, M사가 공식 딜러가 된 것이 2015년 초니까 늦었다고 따지기는 좀 그렇죠.
우선, 이 우드 라이브러리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나무의 등급이 다르다'라고 믿는 것입니다. 흔히 우드 라이브러리를 '프라이빗 스톡 바로 아래 등급'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식 홈페이지에 '나무 등급은 Core, 10-top, Artist Package, Private Stock으로 매겨지고 각각의 라인들과 완전히 같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우드 라이브러리라고 해서 반드시 프라이빗 스톡에 거의 준하지만 살짝 못 미치는 등급의 악기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 이 우드 라이브러리의 존재 의의는 뭐냐?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딜러들에게 독특한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Custom 24를 주문한다고 칩시다. 코어 라인에서는 마호가니 바디, 마호가니 넥, 로즈우드 지판, 피겨드 메이플 탑, 85/15픽업으로 옵션이 고정됩니다. 돈을 좀 더 보태면 탑을 좀 더 이글이글한 무늬의 10-top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아, 그런데 저처럼 마호가니 넥 + 로즈우드 지판 조합이 싫다면 어쩌죠? 코어 라인 바로 위에 아티스트 패키지라는 옵션이 있습니다. 여기는 좀 더 선택권이 많습니다. 피겨드 메이플과 인디언 로즈우드 넥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지판재도 가봉 에보니(Gaboon Ebony)가 기본이지만, 메이플 넥 한정 메이플 지판, 미국 한정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지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픽업도 종류가 좀 더 많고요.
그런데, 이걸로도 만족 못 하면 어쩌죠? 저 위의 프라이빗 스톡으로 넘어갈까요? 좀 특이한 조합을 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목재들을 굳이 쓰고 싶진 않은데...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드 라이브러리가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50년대 텔레캐스터에서 검증된 애쉬 바디에 메이플 넥 조합으로 Custom 24를 오더하고 싶다? 가능합니다. 이때 메이플 넥을 굳이 아티스트 패키지 등급이나 프라이빗 스톡 등급으로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글이글한 무늬 필요 없고, 그냥 평범하고 튼튼한 메이플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코어 라인 등급의 플레인 메이플 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한정판으로 나왔던 Custom 24 Semi Hollow 모델이 갖고 싶은데 탑의 무늬가 너무 선명하면 부담스러워서 코어 라인 등급이면 충분하다? 가능합니다. 다들 불편하다고 싫어해서 없어져 버렸지만 5단 로터리가 진정한 PRS의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오더 할 수 없나? 가능합니다. 나는 픽업을 짝짝이로 장착하고 싶다? 물론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 좋은 우드 라이브러리를 당장 오더 하러 가야겠죠? 그런데...
...Products 란을 눈 씻고 살펴봐도 Wood Library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더를 넣으려고 올해의 카탈로그를 다운로드해서 살펴보면 역시 우드 라이브러리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네, 개나 소나 특별한 조합에 접근할 수 있다면, 아마 PRS Guitars의 목재 창고는 금방 동 날 것이고, 생산 라인에서도 계속 특이한 걸 만들어야 해서 효율성도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우드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은 PRS Guitars의 공식 딜러들에게 매년 한정된 수량만큼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딜러의 센스가 어느 정도 요구됩니다. 무슨 조합이든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프라이빗 스톡에 비해서 우드 라이브러리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또 다른 방향의 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최고급 가구를 연상시키는 프라이빗 스톡은 그냥 '우와...'하는, 예술 작품 바라보는 심정으로 감상하는 반면, 전 세계 딜러들이 고르고 고른 올해의 우드 라이브러리는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찬찬히 뜯어가며 살펴봅니다. 과장 좀 보태서 저의 취미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보고 있으면 어느 정도 딜러의 취향, 성격, 전략, 협상 능력이 드러납니다. 검증된 조합에 특이한 색깔 정도의 안정된 조합으로 잘 팔리는 기타를 오더 하는 딜러도 있고, 차이니스 로즈우드 같은 진짜 특이한 목재 조합을 나름대로 연구해서 (연구를 했는지 현장에서 남아돈다니까 집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더 하는 딜러도 있습니다. 작년에 한정판으로 50대 정도만 한정 생산된 기타를 익년에 무조건 오더 하는 패턴을 보이는 딜러도 있습니다. 단종된 모델을 오더 하는 딜러도 있고요. 'PRS니까 어차피 소리는 좋겠지...' 하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딜러도 있습니다.
국내 딜러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면, 브라질리언 로즈우드가 전설의 목재라고 국내에서 유독 인기 많다는 건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2015년 국내 최초로 수입된 우드 라이브러리를 코리나 넥 +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지판 한 가지 옵션으로만 밀어버렸다는 겁니다. 물론 딜러 자유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옵션을 한 가지로 밀어버릴 거면 우드 라이브러리 오더 넣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드 라이브러리만 그랬으면 다행인데 프라이빗 스톡도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단종된 프라이빗 스톡 모델 중 Violin Ⅱ라는 게 있었는데, '일렉트릭 기타는 현대의 바이올린'이라는 폴 리드 스미스 개인의 철학이 반영되어, 바이올린의 목재 조합(스프루스 탑은 메이플로 대체되었지만, 메이플 넥에 에보니 지판 조합을 특징으로 합니다)을 어느 정도 따른 걸 콘셉트로 잡은 기타였습니다. 이걸 몇 대 오더 했었는데 단 한 대도 빠짐없이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지판이었습니다. 에보니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저 눈물...
... 이었으나, 최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가 간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약(CITES)이 강화되어 로즈우드의 국경 통과가 매우 엄격해지면서(브라질리언 로즈우드는 진작에 수출 금지였지만, 따로 재배된 나무를 벌목해 국경을 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기타 제작사에서는 목재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를 옵션에서 빼는 추세입니다.)이 문제(?)가 어부지리로 해결되어 버렸습니다. 이제야 아프리칸 블랙우드(폴 리드 스미스 씨의 설명에 따르면, 생긴 것도 에보니 같고, 소리도 에보니 같지만, 진짜 로즈우드라서 좋아한다고 합니다), 코코볼로, 가봉 에보니 지판의 우드 라이브러리가 국내에도 정식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물론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PRS Guitars의 우드 라이브러리는 PRS의 공식 딜러들에게 제공되는,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조합의 기타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주문자의 의도에 따른 완벽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프라이빗 스톡에 비해 자유도는 한정되지만, 그래도 딜러의 역량에 따라 보통은 접하기 힘든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을 프라이빗 스톡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자의 프라이빗 스톡으로 불리기도 하고, 프라이빗 스톡의 바로 아래 등급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우드 라이브러리는 등급이 아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습니다. 단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의 프라이빗 스톡과 비교해, 공식 딜러의 개성과 센스와 전략과 협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우드 라이브러리는 개인이 직접 오더를 넣는 것이 아닌 딜러에게 오더를 맡겨 놓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게 무슨 커스터마이징이냐고 따질 수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더더욱 전 세계의 여러 PRS 딜러들의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악기를 구경하고 상상해보는 재미를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PRS Guitars의 우드 라이브러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PRS Guitars의 공식 홈페이지와 여러 공식 딜러들의 홈페이지 및 SNS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드 라이브러리에서 실제로 어떤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PRS Guitars의 역사 속 파츠들의 크고 작은 변화들과, PRS 기타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지침들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기타이야기 > 장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PRS Wood Library Custom 24-08 10Top Blue Matteo - 1부, 운명의 기타 (0) | 2020.02.18 |
---|---|
드림 기타를 찾아서! - 2부, PRS Guitars의 옵션들 (4) | 2020.02.17 |
2009 PRS Custom 24 Orange - 2부, 사운드 (0) | 2020.02.17 |
2009 PRS Custom 24 Orange - 1부, 첫 만남 (0) | 2020.02.17 |
Hercules GS432B 3단 기타 스탠드 (0) | 202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