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
전에 올렸던 자작곡 <날개>를 다듬었습니다.
자작곡에 (사람) 보컬 녹음을 얹어 본 건 2년 만이네요.
〈날개〉
나, 나의 이빨로 부숴버린 하나의 세계를
나, 지긋지긋한 가시나무의 숲을 벗어나
나, 어깨를 찢고 내던져버린 나의 껍데기
나, 검고 찬란한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빨간 빛으로 반짝이던 새로운 세계를
나, 두근거리는 피안화들의 영토를 날아
나, 저 하늘 높이 멈추지 않던 나의 춤사위
나, 누가 보란 듯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를 막아선 그물에 잡혀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나, 하얀 빛으로 어지러운 나만의 감옥을
나, 지끈거리는 나프탈렌의 방에 묶여서
나, 의미도 없이 꼬리에 붙은 나의 이름표
나, 그들의 손에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몸도 마음도 차갑게 굳은 영혼도 액자에 갇혀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아, 내가 먹어치운 건, 내가 기다려온 건, 내가 바랐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노래는 아미학의 Jinoo 님께서 불러주셨고, 기타 솔로는 넴넴이 님께서 연주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단순히 기존 유니 버전을 조옮김한 걸로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보컬 음역대와 음색이 달라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던지라, 처음부터 다시 작업한다는 기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작업하면서 기민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는 점인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개선된 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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