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
오랜만의 신곡입니다. 록 밴드 편성의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을 공개하는 건 2년 반 만이네요.
〈날개〉
나, 나의 이빨로 부숴버린 하나의 세계를
나, 지긋지긋한 가시나무의 숲을 벗어나
나, 어깨를 찢고 내던져버린 나의 껍데기
나, 검고 찬란한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빨간 빛으로 반짝이던 새로운 세계를
나, 두근거리는 피안화들의 영토를 날아
나, 저 하늘 높이 멈추지 않던 나의 춤사위
나, 누가 보란 듯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를 막아선 그물에 잡혀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나, 하얀 빛으로 어지러운 나만의 감옥을
나, 지끈거리는 나프탈렌의 방에 묶여서
나, 의미도 없이 꼬리에 붙은 나의 이름표
나, 그들의 손에 자랑스러운 날개를 펼쳐
나, 몸도 마음도 차갑게 굳은 영혼도 액자에 갇혀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아, 내가 먹어치운 건, 내가 기다려온 건, 내가 바랐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포르말린 병에 숨이 막혀 등줄기에 철핀이 박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조각조각 말라가고 있어
날개에 테이프가 끈적여 뱃속에 바늘이 울렁거려
새파란 피를 흘리우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어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있어
이런 록 음악을 (혹은 이렇지 않은 록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네요. 이제부터는 최대한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