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은 현재 폐쇄된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8월 14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8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음압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다이내믹을 높이는 방향으로 믹싱했습니다. 평소에 음악을 감상할 때보다 볼륨을 조금 키우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언젠가 꽤 진지하게 이제는 그 자체로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세계 전생물 클리셰 비틀기'를 삐딱한 시선으로 한 번 더 뒤틀어버린다는 느낌의 라이트노벨을 구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다 보니 전혀 라이트 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어가서 그만뒀지만요. 아마 앞으로도 집필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은 그 소설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가사)
보답 없는 이번 생에 지치셨다면
주인공 뒤의 엑스트라는 이제 싫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이세계행 트럭이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보이지 않는 날개를 달고 있는 난
당신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천사.
오늘도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저를 필요로 하는 영혼을 찾고 있지요.
거기 삶의 무게에 지쳐버린 당신
혹시 저의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분명 당신은 그렇게나 발버둥 쳤는데
세상은 그대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군요.
당신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 세계.
당신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 세계.
보답 없는 이번 생에 지치셨다면
주인공 뒤의 엑스트라는 이제 싫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이세계행 트럭이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구태의연한 인간세계에 질리셨다면
아무래도 태어날 곳을 잘못 골랐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이세계행 트럭이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어차피 당신은 손해만 보는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겠죠.
이제는 저의 날개가 보이시나요?
무슨 색으로 비치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한, 세계.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한, 세계.
보답 없는 이번 생에 지치셨다면
주인공 뒤의 엑스트라는 이제 싫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이세계행 트럭이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구태의연한 인간세계에 질리셨다면
아무래도 태어날 곳을 잘못 골랐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이세계행 트럭이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인생도 괜찮았다고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구태의연한 인간세계에 질리셨다며?
아무래도 태어날 곳을 잘못 골랐다며?
그런 당신을 위한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지금
횡단보도에서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이런 장르의 음악은 처음 시도해봤습니다. 이 곡을 포함해서 제가 지금까지 만든 모든 음악은 많은 재료를 넣고 다양한 시도를 하되 '록'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느낌의 하위 장르에 해당하는 음악은 좋아하긴 해도 만들어보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곡과 이야기들을 오마주 한다는 기분으로 만들기는 했는데, 느껴지실지 모르겠습니다.
또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텔레캐스터 소리를 최종 믹싱 단계까지 남긴 곡이기도 합니다. 아마 일렉트릭 기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텔레캐스터 특유의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점멸하는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만에 하나 이 곡이 소설화된다면 꽤 중요한 인물에 대한 소개인데, 굳이 읽고 싶으시다면 이 문장의 뒷부분을 좌클릭 & 드래그해 주세요. 사마엘(Samael)은 원래 탈무드에 언급된 제5천의 천사장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천사입니다. 히브리어로 '신의 독'이란 뜻이고 '붉은 뱀'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사마엘이 어떤 천사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따로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처음 모티브를 얻은 곳은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이고, 모티브만 따 왔지 원본과는 별 연관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이 곡은 뭐랄까요... 이번 생은 글러먹은 누군가를 친히 트럭으로 밀어버리시는 천사 님에 대한 곡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초당 24프레임의 애니메이션 PV를 제작하고 싶은데, 당연히 그럴 여건은 안 되네요. 서사적인 곡을 이미지 한 장만으로 표현하기는 많이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애를 써 봤습니다.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익명을 요구한 일러스트레이터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런 걸로 괜찮은 건지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만, 항상 '세계와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지만, 재미 삼아 만화책을 펼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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