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은 현재 폐쇄된 제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 7월 22일 업로드한 글입니다.
※ 당연히 현 시점(2020년 2월 17일)의 저와 과거의 저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쓴 글을 보존하는 의미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을 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빙정(氷晶), 풀이하면 얼음 결정이란 뜻입니다. 지구과학에서 대기 중에 에어로졸 상태로 존재하는 얼음 결정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게 성장하면 눈송이가 됩니다. 녹아서 떨어지면 비가 되고요. 대충 그런 뜻입니다.
빙정(氷晶)
눈을 뜨니 그곳에는 내가
부서진 채 나를 마주하고
사실 녹고 싶었는데
결국은 굳어버려서
굳어진 나를 붙잡고
너는 울고만 있었어
눈물은 흐르지 못하고
그저 눈가에 고인 채
찬 바람에 얼어붙어
내 마음을 짓누르겠지
내가 지금 아파하는 건
너의 눈물 때문이 아니라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야속해서야
모든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다시 부서지고
그렇게 믿었었는데
모든 게 끝나버려서
나는 여기에 있는데
여기에 내가 없나 봐
눈물은 흐르지 못하고
그저 눈가에 고인 채
찬 바람에 얼어붙어
발밑에 떨어지겠지
내가 지금 아파하는 건
너의 눈물 때문이 아니라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야속해서야
부서지고 얼어붙은 내가
미안해 널 미처 생각 못 했어
눈물은 흐르지 못하고
그저 눈가에 고인 채
찬 바람에 얼어붙어
내 마음을 짓누르겠지
내가 지금 아파하는 건
너의 눈물 때문이 아니라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야속해서야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야속해서야
원곡은 4년 전에 멜로디 라인까지 만들어 놓고선 그대로 묻어놨던 곡, 가제 <새벽 감성>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즉흥적으로 쓴 곡이지만, 가사를 붙이면 제가 이 곡을 만들면서 담았던 감정들이 손상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고, 무엇보다 노래에 이야기와 감성을 담는 건 보컬리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작사를 안 했었습니다.
뭔가를 시작한다면 우선 <나비의 일생>하고 이건 끝내놔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사로는 대강 6년 전에 취미 삼아 끄적여 놨던 시 비슷한 습작들 중에서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멜로디 라인에 맞춰 약간 변형을 가해서 갖다 붙였습니다. 4년 전 혹은 6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때의 의도들이 잘 반영되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넬, 못, 디어클라우드 같은 음악을 많이 들었었고, 그 영향을 받은 게 있어서인지 지금 스타일하고는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막상 다 만들어놓고 보니 그땐 몰랐던 음악을 지금은 알게 되었다는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인 취향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미뤄놓았던 숙제를 끝낸다는 기분이었는데, 끝내놓고 보니 오히려 더 큰 숙제를 받아버렸다는 기분입니다. 곡 작업하면서 악기 케이블이 단선되고, 컴퓨터가 고장 나고, 추출해놨던 wav 파일들이 효과음 제외하고는 전부 날아가고, 몸살감기에 걸리고... 하여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겨우 리메이크하는 주제에 시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더 걸렸네요. 보컬로이드는 앞으로 더 많이 연구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 기타의 날카롭고 차가운 소리가 곡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익명을 요구한 일러스트레이터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진짜 신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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