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aka 님 사망 5주기를 맞아,
〈통행 금지 놀이〉를 편곡하고, 기타로 커버해 보았습니다.
2009년 6월 16일 니코니코 동화에 올라온 원곡(링크)을 바탕으로 작업했습니다. 〈통행 금지 놀이〉 바로 앞 작품인 〈라인아트〉와 비교해보면 포스트록·슈게이징 계열의 강렬하게 일그러진 기타 소리가 전주·간주·후렴에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신시사이저 음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피아노와 함께 배경으로 물러나 있는 느낌입니다. 대신 명확하게 들리는 리프 느낌의 기타가 1절 중간의 간주(Interlude), 첫 번째 절(Verse)과 두 번째 절의 뒤쪽 절반에 있습니다.
〈통행 금지 놀이〉 역시 다른 wowaka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들과 마찬가지로, 2011년 음반 《Unhappy Refrain》에 리메이크 버전(비공식 링크)이 실려 있습니다. 슈게이징 기타가 사라지고 대신 조금 더 듣기 편한 팝적인 성향의 기타 리프들이 왼쪽에서 리듬을 쪼개고 있습니다.
wowaka 님 곡을 커버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원곡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기타를 부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라인아트〉는 《Unhappy Refrain》 버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원곡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만, 〈통행 금지 놀이〉는 기타가 주력 악기라기보다는 보조 악기라는 느낌이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선 전체적으로 ‘슈게이징’ 기타 소리를 참고한 하이 게인 리듬 기타 트랙을 원곡의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배경음으로 배치했습니다. 다른 악기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중저음 영역만 채우는 간단한 방법도 있었겠습니다만, 거기에 풀 코드 피에조 픽업 소리와 하이 게인 옥타브 주법 트랙을 쌓아 올렸습니다.
원곡에 있는 리프는 부족한 능력이나마 원곡 그대로 연주하되, 조금 더 명확하게 들리도록 톤 메이킹을 하고 중앙으로 패닝했습니다. 두 번째 절(Verse) 앞쪽 절반에는 기타 소리가 없는데, 이 부분은 《Unhappy Refrain》 버전의 리프를 가져와서 채워 놓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절 앞쪽 절반과 뒤쪽 절반은 기타 톤이 극적으로 바뀌는 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통통 튀는 팝 성향의 소리와 강렬하게 일그러진 록 성향의 소리의 대비를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기타를 채워 넣고 보니 곡의 균형이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느낌이 있어서, 드럼과 베이스를 추가했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면서는 원곡의 정서는 유지하면서 귀를 찌르는 초고음역을 살짝 다듬는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아예 악기 성향을 바꿔버린 《Unhappy Refrain》 버전과 비교하면, 《the monochrome disc》에 수록한 니코니코 동화 투고 버전의 느낌을 최대한 가져가면서 기타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편곡한 셈입니다.
영상은 〈그레이존에서.〉와 〈라인아트〉 커버에 이어서 흑백으로 제작했습니다. 추모의 의미도 있고, 원곡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순서대로라면 다음 곡은 〈나의 재능〉인데, 전자 드럼과 어쿠스틱 드럼이 뒤섞여 있고, 기타가 〈통행 금지 놀이〉보다 희박해지는 곡이라 편곡하면서 또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라서 긴 시간에 걸쳐서 빚을 갚아나간다는 기분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편곡과 연주입니다만, 부디 wowaka를 기억하면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st In Peace, wow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