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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작곡

영혼이 녹던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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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얼음이 흔적도 남지 않듯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어"

마노 (Mano) - 영혼이 녹던 여름날 (feat. UNI)


반년 만의 신곡입니다. 록 밴드 편성의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은 1년 만이네요. 


<영혼이 녹던 여름날> 
 
하늘을 본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어 
문득 그런 우스운 생각이 들었어 
나는 그날도 나를 붙잡으려고 애썼어 
오랜만에 암막 커튼을 걷었어 
 
남겨져야 하는 기억도 
떠올리기 싫은 추억도 
전달하지 못한 마음도 
혼자만의 것으로 사라지고 
 
지워지지 않을 인연도 
결코 잊지 못할 악연도 
미련이라 할 것도 이젠 없어 
 
극적인 반전도 복선 회수도 
없었지만 여기서 끝인 것 같아 
허무한 결말이라 정말 미안해 
실망했겠지만 슬퍼하진 말아줘 
 
남기고 갈 것도 자랑할 것도 
변변치 않지만 모두 태워버리고 
연필로 쓴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어 영혼이 녹던 여름날 
 
여름 햇살은 너무나도 눈이 부셨어 
나는 그날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못했어 
 
혼자서 삭이던 슬픔도 
보여줄 수 없던 아픔도 
드러나지 않는 상처도 
혼자만의 것으로 사라지고 
 
전하고 싶었던 그 말도 
들려주지 못한 노래도 
미련이라 할 것도 이젠 없어 

극적인 반전도 복선 회수도 
없었지만 여기서 끝인 것 같아 
허무한 결말이라 정말 미안해 
실망했겠지만 슬퍼하진 말아줘 
 
남기고 갈 것도 자랑할 것도 
변변치 않지만 모두 태워버리고 
도로 위의 얼음이 흔적도 남지 않듯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어 영혼이 녹던 여름날 
 
남겨지는 기억도 
사라질 이야기도 
 
극적인 반전도 복선 회수도 
없었지만 여기서 끝인 것 같아 
허무한 결말이라 정말 미안해 
실망했겠지만 슬퍼하진 말아줘 
 
과학자도 락스타도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도 
내가 꿈꿔왔던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만 
 
그나마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했어 영혼이 녹던 여름날 


사실 만든 지 꽤 오래된 곡입니다. 만들 때부터 '아마추어 밴드에서 공연하는 용도'를 상정하고 단순하고 쉬운 편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옛날'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정작 작업하면서 많이 들은 곡은 넬 《Healing Process》, 그중에서도  CD2, 그중에서도 <A.S>, <51분전>, <Movie>였습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마노 명의로 내 놓고 싶지는 않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한참을 묵혀두었었습니다. 그러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옛날 파일들 정리하다가 다시 들어보니, 이대로 공개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개를 결정하고, 리릭 비디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자전적인 손글씨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아주 옛날(적어도 10년 이상 전)에 손글씨 폰트를 알아봤더니 '한글 2350자+영문·숫자·특수문자 다 적어와야 하고 비쌉니다'여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AI 기술의 발달로 아주 간단하고 저렴하게 손글씨 폰트를 만들 수 있더군요. '자전적인 손글씨 느낌'이 필요했던 거지 제 악필을 완전 재현하는 게 목표는 아니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만, 결과물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괜찮게 나와서 글씨 연습을 좀 더 해가지고 제대로 된 손글씨 폰트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쓰실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온글잎 영혼이 녹던 여름날 폰트는 이곳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광고 아닙니다. 아무튼 손글씨 폰트를 만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공개하는 가사 있는 곡이 말도 많고 무거운 느낌이라 조금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 노래는 노래일 뿐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흘려보내듯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작곡도 기타 커버 영상도, 심지어 블로그 포스팅도 너무 안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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