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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야기/키보드

기계식 키보드 덕질(?) - 레오폴드 FC900R PD (갈축, 흑축), 듀가드 퓨전 네비게이터 (청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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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 FC900R PD 애쉬 옐로우 한글 갈축(넌클릭)

작년 이맘때... 아니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제가 기계식 키보드를 사다 모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워낙 컴퓨터 주변 장비에 대해서는 관심도 필요성도 못 느끼는 편이었고, 그냥 있는 거 집어다 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영상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입력이 씹히거나 2번 되거나 하는 현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멤브레인 키보드 특유의 러버돔 노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도요. 

나도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해봐야지 하고 작년 가을에 처음 구입한 키보드가 위 사진의 레오폴드 갈축이었습니다. 청축은 너무 시끄럽고 적축은 너무 재미없고, (그때는) 갈축이 제일 나랑 잘 맞는다 생각했거든요. 

하필 레오폴드였던 이유는... 그냥 그때는 평범한 키보드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지개색 LED도 너무 싫고... 게임도 안 하고... 당연히 입력 씹힘 현상도 없어지고, 타자 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져서 타자 연습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레오폴드 FC900R OE 블랙 퍼플 한글 흑축(리니어) - 크림치즈 무각 키캡 모디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 다른 키보드를 들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갈축 특유의 걸림이 좋기는 합니다만, 오랜 시간 힘 많이 줘서 타건을 하면 손끝이 아팠거든요. 특히 '기타 많이 친 날' 타자를 하면 더욱... 근데 적축이나 저소음 적축은 재미없고... 딱히 저소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왠지 구름 타법인지 뭔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레오폴드 OE 높이 흑축 키보드를 새로 들입니다. 

소리도 좋고, 타건감도 좋고, 뭔가 힘을 많이 주지 않고 타자를 하면 아주 즐거운 키보드였습니다만... 뭔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체리 높이 키캡도 끼워보고... 아 근데 개인적으로 흑축에는 체리 높이 키캡보다 OE 높이 키캡이 더 맞았습니다. 스위치를 끝까지 누르는 데 드는 힘은 체리 높이 키캡에서 살짝 적은데, 구름 타법을 하기에는 OE 높이 키캡이 더 편하다는 느낌? 적축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높이가 적당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다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느낌으로 (그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뭔가 정말이지 쓸데없는 걸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더군요) 중국산 묻지 마 OE 높이 무각 키캡을 샀습니다. 아마도 필코 마제스터치 크림치즈의 카피인 듯했는데, 흑축에 끼우니 아주 좋더군요. 물론 레오폴드 순정 키캡에 비해 살짝 불균일한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이 가격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무각 키캡이 주는 깔끔한 느낌은, 실용성은 하나도 없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 키캡 쓰면 적응 못 할 것 같아서 한글 키캡을 사다가 바로 무각으로 건너뛴 나 자신에게 박수를... 타자 칠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절대로 안 됩니다. 오히려 타자 연습하기에 무각 키캡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자세로 앞을 보면서 타건해야 위화감 없이 타자를 할 수 있거든요. 

듀가드 퓨전 네비게이터 청축(클릭)

그러다가... 이 키보드를 보고... 어머 이건 사야 돼! 하고 맙니다. 미니 키보드 주제에 가격도 18만 원 조금 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DAW인 큐베이스의 기본 단축키가 텐키패드에 많이 할당되어 있어서 텐키리스조차 시도하지 않았었는데, '스마트폰 많이 사용하는데, CPU 빡세게 돌릴 때 스마트폰이랑 PC랑 키보드 공유하면서 바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질러버렸습니다. 어차피 실용성은 내다 버렸고(...) (휴대성에 중점을 둔 미니 무선 키보드입니다만, 나가서 타자 칠 일이 절대 없습니다) 이왕 레트로 '갬성'인 거, 타자기 '갬성'의 청축으로 구매하게 됩니다. 

음... 이거 아주 재미있습니다! 타자기 같은 소리도 나고, 타건하는 느낌이 상당히 단단합니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PC에 무선으로 페어링 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쓰니, 지름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도 아주 편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근데 스마트폰 하드웨어 키보드 단축키를 빨리 외워야겠네요. 몇 개 못 외웠지만, 다 외운다면 아주 편리한 키보드 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진짜 키보드 덕후들이 본다면, 그냥 기성품 키보드 몇 개 사서 헤헤헤 하고 있는 보통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요즘 키보드 덕분에 생활이 아주 즐겁습니다. 음악이나 영상이 취미에서 일처럼 되어버렸는데, 기계식 키보드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좋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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