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rus Audio의 Slo(편의상 움라우트는 빼겠습니다) 멀티 텍스쳐 리버브입니다. 사실 Walrus Audio의 경우 2018년 남쇼에 Fathom Multi-Function Reverb를 출시했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TC electronic의 Hall of Fame 리버브와 기능이 아주 많이 달랐다면 Fathom을 샀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제가 시머(Shimmer) 리버브 사운드를 아주 좋아했다면 Hall of Fame 2든 Fathom이든 갈아탔을지도 모릅니다.
공간계 이펙터의 경우, 다들 아시다시피 10곡에 한 번 꼴로 사용하는 효과를 위해서 이펙터 하나 마련하는 부담을 지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이런 식으로 이펙터 하나에 기능을 몰아넣은 형태의 페달들이 잘 팔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메인으로 사용하던 TC electronic 장비도 그렇고요. 보통 스프링 리버브가 필요한 경우는 앰프 내장 이펙터를 사용하고, 홀 리버브나 처치(Church) 리버브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Slo 이펙터가 나온 걸 봤습니다. 'Fathom 하고 같은 가격대의 리버브 페달이라니 이 무슨 자기출혈인가...' 하면서 데모영상들을 봤는데, Walrus스러운 몽환적 공간계 이펙터이면서도 Fathom 하고는 콘셉트가 아예 다르더군요. 워낙 모듈레이션 이펙터를 좋아하는 편이라 특유의 질감에 이끌림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구입해버렸습니다. 얘도 원래 고무발이 없나요? 잘 모르겠지만 아주 마음에 듭니다. 중고 장터 올라오는 매물들을 보면 '(대충 소리는 너무 마음에 든다는 내용)이지만, 스테레오 환경으로 바꾸면서 갈아탄다'는 글들이 많던데, 음... 제가 사용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인풋이 하나라서 스테레오 환경의 의미가 딱히 없다보니 별로 고려 대상은 아니었습니다만, '어느 수준' 이후에서는 Walrus Audio 20만 원 대 공간계 이펙터들의 큰 약점요인이 아닐까 싶네요.
뭐 저번에 구입한 Pink Moby도 그렇고, 어쩌다보니 모노 인풋 아웃풋의 딜레이와 리버브를 가지게 되었네요. 둘 다 아무데나 무작정 묻혀보기에는 개성 강한 페달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1옥타브 낮은 음을 추가해주는 Dark 모드, Auto-Swell 리버브인 Rise 모드, 비브라토 효과가 가미된 Dream 모드가 있습니다. Sustain 풋스위치를 꾹 밟고 있으면 Decay가 최댓값이 되어 우주로 가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특별히 Dream 모드에서 Sustain 스위치를 밟으면 LED가 점멸하면서 리버브 서스테인이 극도로 길어지는데, 개인적인 느낌은 이건 정말 어디다 써야할 지 잘 모르겠는 소리가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앰비언트, 포스트록을 아주 좋아하고 혼자서는 작업도 하고 있다보니 여기저기 써 보고 싶습니다만, 평범한(?) 노래 합주하러 갈 때는 좀 난감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모드마다 기능이 다른 X노브와 모듈레이션 이펙터를 조절하는 Depth노브를 최솟값으로 설정하면 그냥 평범한 리버브처럼 쓸 수 있더군요. 꾹꾹이 페달보드에서도 4CM이니 병렬믹서니 하는 시스템들이 거의 보급되었다시피 하고, 이런 모노 인풋 아웃풋의 공간계 이펙터를 앰프 인풋 단자에 직결하는 게 사운드의 섬세한 조절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 있겠습니다만, 순전히 개인 취향의 영역에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 설명서에 이상하게 써있어서 (그냥 본인의 영어 독해 능력이 심각하게 딸리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Walrus Audio 공식 데모 영상을 포함 유튜브 리뷰들이 아무도 여기에 대해 다루지 않더군요.
Slo 리버브는 Trail 모드를 ON/OFF 할 수 있고, Factory Reset이 가능합니다. 관련해서 설명서에 '파워에 연결된 상태에서 ~ 스위치를 1초간 눌러라(hold down the ~ switch for 1 second while applying power to the pedal)'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전 주인이 나름 설정해놓은 값들을 초기화 하려고 시키는 대로 1초 눌렀는데도 아무것도 안 변해서 당황했었습니다. 찾아도 안 나오고, '정확히' 1초를 누르라는 건가? 하면서 스톱워치까지 켜 봤습니다만 (상식적으로 그럴리가 없는데 말이죠) 삽질이었습니다.
사실은, 파워를 껐다 켠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이패스/서스테인 풋스위치를 꾹 누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걸 while applying power to the pedal이라고 쓰는 게 맞나요... 영어 공부는 넘어가고요. 트레일 모드 ON/OFF의 경우 기계를 켰다가 껐다가 복잡하게 쓰여 있는데, 그냥 파워를 끈 상태에서 바이패스 버튼을 꾹 누르고서는 파워를 켜면 트레일 모드가 ON/OFF 됩니다. 팩토리 리셋의 경우 파워를 껐다 켠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스테인 풋스위치를 꾹 누르고 있으면 LED가 점멸하면서 팩토리 리셋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팩토리 리셋은 그렇다 쳐도 트레일 모드의 경우 TC electronic 제품들처럼 뒷판 뜯어서 안에 있는 딥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트레일 기능은 취향대로 한 번 정해놓으면 다시는 안 바꿀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님 말고요.
이번 대면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일' 할 때에는 Flashback + Hall of Fame 조합을, 취미생활 할 때에는 Pink Moby + Slo 조합을 사용하게 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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