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로 소개드릴 곡은 코믹한 분위기의 블루스 〈코미디〉입니다. 2주 전에 포스팅했던 〈블랙 코미디〉가 가시가 있는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비꼬는 듯한 상황에 나오는 곡이라면, 이번 〈코미디〉는 좀 더 원초적인 웃음을 주는 장면들마다 나오는 음악입니다.
기타를 배우러 실용 음악 학원 같은 곳에 등록하면, F 코드를 떼고 나서 대략 6주 차 정도에 열두 마디 블루스를 배우게 됩니다. 저 때는 그랬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별로 블루스랑 가깝게 지내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연주가 블루지하다는 평을 받고는 합니다. 음… 그런 의미에서 십몇 년 전에 배운 걸 드디어 써먹었다! 하는 기분이 드는 작품입니다.
블루스를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레퍼런스로 받은 곡은 블루스도 아니었고 심지어 기타도 없었습니다. 곡의 빠르기와 트로피컬한 타악기들을 사용하는 방식 정도만 대충 참고하고 나머지는 제 마음대로 작업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코미디〉를 만들 때 개인적으로 참고했던 곡들을 나열해 볼까 합니다. 제가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곡을 작업하는지 편린이 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니면 말고요.
〈코미디〉 작업에 착수했을 때 처음 생각했던 곡은 『네모바지 스펀지밥』 엔딩 테마였습니다. 음… 스티브 벨퍼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건 탐 앤더슨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타 소개 글이었습니다. 스펀지밥을 볼 때 음악에 별로 신경을 써 본 적이 없었는데, 탐 앤더슨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고서야 새삼스럽게 음악을 만든 사람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듣고 있는 나까지 나른해지는 나사 빠진 분위기는 참고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코미디〉에 남은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나도 기타를 써서 곡을 만들어야지’ 하는 아이디어 정도만 얻었달까요?
다음 곡은 『메카쿠시티 액터즈』의 OST 〈The Lazy Girl Blues〉입니다. 스펀지밥 엔딩 테마를 들으면서 (일렉트릭) 기타를 활용한 블루스로 방향성을 정하고 다음으로 떠올렸던 곡입니다. 〈The Lazy Girl Blues〉는 일본식 만담 같은 개그 장면에 삽입된 곡인데, 시리어스한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지나가는 장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루스를 코믹하게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인상이 남아 있었던 곡입니다.
마지막 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Seamus〉입니다. 시무스는 녹음에 참여한 개 이름입니다! 아래 라이브 영상은 제목은 다르지만 놉스 역시 녹음에 참여한 개 이름입니다! 같은 곡의 편곡입니다. 〈The Lazy Girl Blues〉를 들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일렉트릭 기타가 강조되는 조금 무게감이 있는 (헤비한/빡센) 곡입니다. 그래서 〈코미디〉도 조금 더 강렬한 곡이 될 뻔했는데, ‘한참 듣고 있어야 웃긴 느낌보다는, 틀자마자 웃음이 나오는 가벼운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는 기획자 님 의견을 듣고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그때쯤 뒤늦게 생각난 곡입니다. 당연히 개 짖는 소리를 곡에 넣지는 않았지만, 클린 톤 기타 코드 반주에 하모니카 멜로디 연주가 들어간다는 전체적인 틀에 영향을 줬습니다.
음… 그리고 〈블랙 코미디〉에도 등장한 악기지만 곡 중간 전환점에서 비브라슬랩 소리가 참 잘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블랙 코미디〉에서는 머리를 수박 두드리듯 통통 때리는 장면을 생각했다면, 〈코미디〉를 만들 때는 옛날 만화에 나올 법한 몸보다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쾅! 내리치는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글이 좀 길어진 감이 있는데, 슬슬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코미디〉는 어지간한 작품이면 하나씩 있어야 하는 평범한 개그 장면 삽입곡지양해야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능이 떨어지는 브금’이라고들 부르는입니다만, 또 나름대로 고민과 연구를 하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든 곡들이 『아키타입 블루』라는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게이머가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 조성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OST들을 작업했지만, 한편으로는 새삼스럽게 음악에 집중해서 들어주시는 분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곡은 머리에서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가벼운 기분으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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